법원, 배달 알바하다 신호위반 사고 낸 10대에 “업무상 재해” 인정

By 이서현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던 중 신호를 위반해 사고를 낸 10대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고의로 어긴 게 아니라면 업무 수행과정에 따르는 위험에 의해 사고가 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배달 중 교통사고로 다친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 6월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은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사진 | 연합뉴스

고등학생이던 A씨는 2020년 12월 25, 중국음식점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다.

이날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나선 A씨는 사거리에서 신호를 위반해 좌회전하던 중 오른편에서 오던 차와 부딪쳤다.

A씨는 사고로 골절과 타박상 등을 입었고,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신호위반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위반한 범죄행위이므로, 이로 인해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측은 소송을 내고 이 사고의 신호위반 행위가 업무상 재해의 예외로 규정된 ‘범죄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사진 | 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재판부(손혜정 판사)는 A씨가 고의로 신호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고,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나 판단 착오로 신호를 위반하게 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당시 A씨가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첫날인데다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2개월 정도 되어 도로사정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좌회전 시 왼편에 정차한 버스에 시야가 가려 직진하는 승용차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고 사업주로부터 헬멧을 받지 못했던 점 등을 고려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고는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 있는 것”이라며 A씨 부상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