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식 축의금 달라는 친구, 주는 게 맞는지 고민됩니다”

By 이서현

흔히 결혼식 축의금은 빚이라고들 한다.

언젠가는 상대방에게도 되돌려줘야 하는, 일종의 암묵적으로 합의된 ‘품앗이’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비혼식을 하는 경우에도 축의금을 내야 할까.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

비혼 인구가 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종종 비혼식 축의금 때문에 고민이라는 사연이 공유되고 있다.

최근 누리꾼 A씨도 ‘비혼식 할 테니 축의금 달라는 친구’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연을 살펴보면, 36살인 A씨의 고등학교 동창 무리는 모두 13명으로 비혼주의 친구 1명을 제외하고 모두 결혼한 상태였다.

이들은 친구들이 결혼할 때마다 12명이 30만 원씩 모아 가전제품을 사고 남은 돈은 봉투에 넣어 축의금으로 냈다.

유튜브 채널 ‘차이나는 클래스’

그런데 얼마 전 남자친구와 연애만 하겠다던 비혼주의 친구가 ‘비혼식 모바일 청첩장’을 친구들에게 보냈다.

청첩장 하단에는 계좌번호도 적혀 있었다.

이를 본 A씨는 “처음엔 농담인 줄 알고 (단톡방에서) ‘1원 보내면 되는 거냐’고 장난치니까 ‘아직 워시타워 안 샀다’면서 무슨 색깔이 마음이 드는지 알려주더라”고 전했다.

메시지를 확인한 다른 친구들은 아무런 답이 없었다.

유튜브 채널 ‘차이나는 클래스’

보다 못한 A씨가 진심이냐고 묻자, 친구는 ‘그럼 너네 나는 결혼 안 하니까 아무것도 안 해줄 생각이었던 거야?’라며 서운해했다.

A씨는 ‘그럼 너도 (현재 남자친구와) 결혼하면 되지 않냐. 결혼할 때 축의금을 하는 이유는 결혼 과정에 나가는 돈이 워낙 많으니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라고 주는 거다’고 설명했다.

친구는 ‘결혼 비용에 보태라는 생각으로 낸 돈이 아니라 인생의 새로운 시작점을 맞는 친구를 응원하는 의미로 낸 돈’이었다며 자신도 36년 만에 독립하고 새 출발하는데 축하받고 싶다고 답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A씨는 “솔직히 그냥 나간 돈 회수하겠다는 심보지 않냐. 저희 12명은 다들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결혼 축의금으로 주던 돈을 집들이 겸 자칭 비혼식에 주는 게 맞는지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사연을 접한 이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비혼식을 해서 손님 접대를 하고 축의를 받아야지” “친구한테 축하한다고 축의금 준 거 아닌가”라며 비혼식 축의금을 요구한 친구의 태도를 꼬집었다.

반면 많은 이들이 “저 친구랑 비슷한 경험 한 사람인데 난 그때 이후로 인연 다 정리했음” “받을 때 줄 때 마음이 어찌 저리 다를까” “나간 돈 회수하겠다는 게 왜 나쁜 건가” “친구는 맨날 내기만 했으니 나 같으면 해 주겠다” “갚을 기회를 줘도 못 받아먹는 애들이 무슨 친구라고”등의 반응을 보이며 나머지 친구들을 나무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