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채용됐는데 남자라 현장직 발령” 오봉역 사망사고 유족 분노

By 이서현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지난 5일 30대 코레일 직원이 작업 도중 화물열차에 치여 숨졌다.

이 사고와 관련해 사망사고 피해자 동생이라고 밝힌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빠의 억울한 죽음을 알아달라”며 글을 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글에 따르면 A씨 오빠인 B씨는 2018년 코레일 입사 당시 사무영업으로 채용됐지만, 수송쪽으로 발령이 났다.

A씨는 “너무 이상했다. 남자라는 이유로 채용된 직렬과 상관없이 현장직으로 투입된 부당한 상황이었지만 신입사원이 그런 걸 따질 수가 있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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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힘들었지만 첫 회사, 첫 사회생활이라 잘해보려고 애썼다.

얼마 후 B씨 입사 동기가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자 충격을 받은 다른 동기 대다수가 퇴사하거나 다른 역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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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와 부모님도 B씨가 그만두길 바랐지만, B씨는 조금만 견디면 원하는 역으로 갈 수 있다는 선배들의 조언에 남기로 했다.

안부를 물으면 괜찮다고 했지만, 매일 자갈밭을 1~2만보 걸어 다니며 열차 연결 및 분리 작업을 하던 B씨의 몸은 성한 날이 없었다.

부산 본가에 올 때마다 다리가 아프다고 했고, 몸 곳곳은 상처로 뒤덮여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날, 생일을 맞은 B씨는 고생하신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사서 부산으로 내려가겠다고 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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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3시간 후, A씨 가족은 B씨가 열차에 깔려 사망했다는 연락을 다시 받았다.

병원 2층 장례식장으로 달려간 A씨와 부모님은 “오빠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동태와 반응 살피기에 급급한 코레일 본사 직원들”을 마주했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후, B씨의 얼굴과 이름도 모르는 코레일 관계자들이 나와 “무엇이든 도와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 인근 선로에 멈춰선 열차 | 연합뉴스

다음날 사고 현장을 방문한 가족들은 열악한 환경에 말을 잇지 못했고, 부모님은 철조망에 매달려 오열했다.

A씨는 “다리도 아픈데 저 먼 거리를 매일 걸어 다니고, 매일 저 크고 높은 열차를 일일이 손으로 연결하고 떼고 위치 바꾸고”라며 “열차에서 매일 뛰어내리고 오른다고 발목 염증은 나을 수가 없었고 열차가 지나가면서 튀는 자갈들로 인해 생긴 여기저기 시퍼런 멍들”이라며 가슴 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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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 무거운 열차 수십 대가 저희 오빠를 밟고 지나 끝까지 들어갔다고 한다”며 “저 많은 열차를 단 2명이서, 그것도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인원들 포함 2명이서 그 일을 한다고 들었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숙련자들은 일이 힘들다고 빠져나가기 급급하고 어린 신입사원들만 집어넣기 바쁜 이곳에서 우리 오빠는 너까지 나가면 너무 힘들다는 윗분들 말에 마음이 약해져 올해까지만 버티고 나가야겠다고 했다. 그때 나가라고 할 걸 그랬다”라고 후회했다.

A씨는 오빠의 죽음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인지하고 알려주기를 바랐고, 그의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확산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5일 오후 8시 20분께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서 화물열차를 연결·분리하던 작업 중이던 코레일 소속 직원 B(33) 씨가 열차에 치여 숨지고, 20대 직원 C씨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코레일에서는 오봉역 사망사고를 포함해 올해만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4건이나 발생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8일 코레일 서울본부 사무실과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8일 오봉역 사망사고와 관련해 상황 설명 중인 전국철도노동조합 노동안전실장 | 연합뉴스

철도노조는 오봉역 사고와 관련해 “가장 큰 사고 원인은 인력이 부족해 입환 작업을 2인 1조로 한 것”이라며 “3인 1조로 할 수 있도록 인력 충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