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돼지 심장’ 이식받은 환자…알고보니 ‘흉악범’

By 김우성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흉악범’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메릴랜드대 의대에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데이비드 베넷(57)이 34년 전 당시 22살이었던 에드워드 슈메이커를 흉기로 9차례나 찔러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57세 남성 데이비드 베넷(오른쪽)과 담당 의사 바틀리 그리피스(왼쪽) / 연합뉴스

이 일로 슈메이커는 19년간 휠체어 생활을 해야 했고, 각종 합병증에 시달리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2007년 사망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슈메이커의 누나는 “돼지 심장 이식 소식을 보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다가 환자 이름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며 “사람들이 그를 영웅이라고 부르는 게 가슴 아프다. 우리 가족에게 그는 결코 영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수년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그는 최신 의료 기술 덕에 새 삶의 기회를 얻었지만, 내 동생은 그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았다”며 “심장은 다른 자격 있는 사람에게 갔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베넷은 수술 7일째인 13일 현재 기대한 것보다 더 좋은 상태로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릴랜드대 의료진이 사람 심장을 이식받지 못한 시한부 환자 데이비드 베넷(57)에게 이식할 돼지 심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베넷의 과거가 알려지자 현지에서는 흉악범에게 의료 기술로 새 삶의 기회를 주는 게 옳으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WP는 현재 미국에서 매일 17명이 이식받지 못해 죽는 상황에서 강력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범인이 생명 구제 절차를 받는다는 것은 비양심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의료 기술을 흉악범에게 먼저 적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