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해 달라는 유언에도 ‘240년’ 동안 영국 박물관에 전시된 거인

By 이서현

거인병을 앓았던 한 남성이 사후 240년 동안 구경거리 신세를 면하고 영면에 들게 됐다.

최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헌터리언 박물관이 인기 전시 품목인 231㎝ 거구 유골을 더는 일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유골의 주인공은 1976년 북아일랜드 시골에서 말단비대증을 갖고 태어난 찰스 번이다.

말단비대증이란 성장이 끝난 후에도 뇌하수체에서 성장호르몬을 분비하는 종양이 생겨 얼굴과 손, 발이 커지는 질환이다.

번은 스무 살이 되던 해 런던으로 건너가 ‘아일랜드의 거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커다란 키를 이용해 많은 돈을 벌었다.

AP통신

하지만 그는 1783년 22세의 이른 나이로 숨졌다.

그가 살아있을 때부터 많은 사람이 그의 유골 확보에 관심을 보였다.

이 사실을 알았던 번은 죽기 전, 자신의 시신을 바다에 수장시켜달라고 주변에 부탁했다고 한다.

애석하게도 그의 유언은 이뤄지지 않았다.

영국의 외과 의사이자 해부학자였던 존 헌터는 번의 친구들에게 500파운드를 지불한 뒤 시신을 빼돌렸다.

그의 유골은 헌터의 저택에서 전시됐고, 이후 헌터리언 박물관의 대표 컬렉션으로 자리 잡았다.

BBC

하지만 고인의 유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윤리적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 박물관 측은 수리 작업으로 5년째 휴관 중인 박물관이 오는 3월 재개관할 때부터 더는 번의 유골을 전시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헌터의 유골이 어떻게 처리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고향으로 돌려보내 매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거인병 연구를 위해 유골을 보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번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던 작가 힐러리 맨틀은 “이 뼈로 과학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었다”며 “그를 영면에 들게 해주는 것이 명예로운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