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초청장 잘못 보내 ‘탈레반 인사’를 한국 대사관 행사에 참석시킨 외교부

By 이현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 정권 인사가 한국 대사관의 국경일 행사에 공식 초청받아 참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단순 행정적 착오’라고 해명했다.

19일(현지 시각) 아프간 국영 바크타르통신은 트위터를 통해 “모하마드 나임 주카타르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이 사용하는 아프간 국호) 대사 대리가 주카타르 대한민국 대사관의 공식 초청을 받아 한국의 국경일 행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크타르통신 트위터 캡처

아프간 국영 TV RTA도 같은 내용을 트위터에 게재했다.

지난해 아프간을 재장악하면서 국제사회 외면을 받는 탈레반 정권이 한국대사관 행사에 참석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SNS에 홍보한 것이다.

탈레반은 카타르 정부의 묵인 아래 올해 5월부터 주카타르 아프간 대사관의 건물과 차량을 점유한 채 탈레반 정치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모하마드 나임 대사 대리는 이 탈레반 정치사무소의 대변인이다.

연합뉴스

우리 외교부는 “탈레반 인사가 우리 대사관의 국경일 행사에 참석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그저 ‘단순 실수’였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지난해 초청명단을 기준으로 다른 나라 대사관에 초청장을 일괄 발송했는데 여기에 아프간 대사관도 포함됐다는 것.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탈레반을 아프가니스탄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프간을 재장악한 탈레반 대원들 | 연합뉴스

한편, 탈레반은 1996~2001년 아프간을 점령 통치했다.

그러다 2001년 9·11 테러를 주도한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를 보호하다 미국 공격을 받고 정권을 잃었다.

이후 지난해 8월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한 뒤 재집권에 성공했다.

탈레반은 현재 국제사회로부터 국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서방 제재도 받고 있다.

우리 정부도 아프간과 수교를 맺었지만, 탈레반 재집권 이후에는 현지 대사관을 폐쇄하고 카타르 임시사무소로 이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