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위해 미국 대통령에게 ‘한글로 쓴 편지’를 보낸 한국의 초등학생

By 김우성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에게 한글로 쓴 편지를 보낸 한국 초등학생이 있다.

1977년 미국 제39대 대통령이 된 지미 카터에게 한 편지가 도착했다. 바다 건너 있는 우방국 한국에 사는 13살 소년이 보낸, 한글로 쓴 편지였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카터 대통령님께 보냅니다’라고 시작되는 이 편지에는 자신의 아버지가 공산주의자로 누명을 써 중앙정보부(중정)에서 고문을 받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 있었다.

소년은 아버지가 비밀재판으로 중형을 선고받았고, 어둡고 추운 독방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터 대통령이 누구보다 민주주의를 잘 알고, 힘없고 약한 국민들을 사랑하는 분이라 들어 편지를 보낸다면서, 아버지는 절대 공산주의가 아니며, 온갖 고문으로 몸이 상한 아버지가 석방될 수 있도록 꼭 도와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끝으로 이다음에 훌륭한 어른이 되어서 카터 대통령의 은혜에 꼭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1975년 4월 8일 학생운동조직 ‘민청학련’의 배후로 지목돼 구속된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상고심 공판에서 민복기 대법원장이 8명 사형, 무기 9명 확정판결문을 읽고 있다. 이수병 등 8명은 이튿날 아침 4월9일 전격 사형당했다. / 보도사진연감

편지의 주인공은 유동민 씨로, 그의 아버지 유진곤 씨는 1974년 인민혁명당 재건 사건에 연루되어 ‘긴급조치 4호’ 위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한국의 한 초등학생이 쓴 편지를 읽은 지미 카터 대통령은 직접 박정희 대통령에게 연락하는 등 대한민국 정부에 엄청난 압력을 가했고, 긴급조치 9호로 체포된 상당수의 정치범들이 석방됐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쓴 아들 덕분에 아버지 유진곤 씨 역시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편지는 현재 카터 박물관에서 소장 전시 중이다.

유동민 씨가 쓴 편지
유동민 씨가 쓴 편지
유동민 씨가 쓴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