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북한인가?” 삼성전자가 ‘보행 중 휴대폰 사용 금지’하자 직원들 반발

By 이서현

휴대폰을 생산하는 삼성전자가 직원들에게 걸어 다니면서 스마트폰을 보지 못하도록 했다.

4일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DX부문은 지난주부터 사업장 내 이동 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만약 이를 어기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1차는 본인에게 메일, 2차는 부서장에게 통보하고, 3차는 인사징계를 한다.

지난 8월 삼성SDS 직원들과 기념 촬영 중인 이재용 부회장 | 삼성SDS

이번 조치는 이 부회장이 강조하는 모바일 매너 캠페인의 일환이다.

캠페인의 핵심은 회의 전 휴대폰 전원을 끄고, 회의 중 휴대폰 사용을 하지 않으며 회의 중인 테이블에 휴대폰을 올려두지 않는다는 세 가지 원칙이다.

여기에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갤럭시 워치도 해당하는데, 최근 관련 포스터가 삼성계열사 주요 회의실에 부착됐다.

지난 8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임직원들과 간담회 중인 이재용 부회장 | 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잘못된 모바일 매너가 업무 집중도와 효율을 떨어뜨린다”며 “휴대폰 만드는 회사에서부터 휴대폰과 관련 매너를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을 위해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SBS 뉴스

특히 사업장 내 안전사고 발생 시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조치로도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5대 안전 규정’을 시행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5대 안전 규정에는 보행 중 휴대폰 사용과 무단횡단 금지, 운전 중 휴대폰 사용과 과속 금지, 자전거 이용 중 헬멧 착용 등이다.

‘보행 중 휴대폰 사용 금지’ 규정은 2016년부터 삼성 내 안전 권고사항이었지만, 의무규정으로 강화했다.

갤럭시 광고 | 유튜브

징계까지 하겠다는 회사 측 발표에 직원들은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익명게시판인 블라인드에는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만들면서 스마트폰에 가장 가혹한 회사가 됐다” “갤럭시 광고와 현실은 너무 딴판” “여기가 북한인가요?”라며 회사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누리꾼들은 “휴대폰 만드는 회사니까 가장 먼저 이런 걸 해야지” “안전을 위해서는 너무 당연한 일” “이동할 때만 스마트폰 하지 말라는 건데 이게 그렇게나 어려운가” “길거리에서도 걸을 땐 좀 안 했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스마트폰을 보며 걸어 다니는 사람을 스마트폰과 좀비를 합성한 스몸비라 칭한다.

산업현장에서 스몸비 근로자는 안전사고를 발생시킬 위험성이 매우 높아 미국 보잉사와 제너럴모터스는 2018년부터 보행 중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