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돌아왔어” 1000km 장거리 비행도 막지 못한 재두루미의 아내 사랑

By 이현주

강원 철원에서 재두루미 부부가 5개월여만에 재회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2일 철원 DMZ두루미평화타운 내 두루미쉼터로 수컷 재두루미 한 마리가 날아왔다.

쉼터 관계자는 재두루미의 방문에 깜짝 놀랐다.

올봄 훌쩍 떠나버린 수컷이 암컷을 찾아 다시 돌아온 것이기 때문.

철원서 다시 만난 재두루미 부부. 왼쪽이 돌아온 수컷/철원군 제공

재두루미 부부의 사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재두루미 암컷 한 마리가 날개가 심하게 부러져 구조됐다.

2018년에는 다리와 부리에 동상을 입은 수컷 재두루미가 구조됐다.

암컷은 오른쪽 날개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았지만, 근육과 인대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해 결국 날 수 없게 됐다.

올봄 쉼터에 머물던 재두루미 부부/철원군 제공

강원 철원 DMZ 두루미평화타운 안의 조류쉼터로 옮겨진 이들은 2019년 부부가 됐다.

철원군은 수컷과 암컷에게 각각 ‘철원이’와 ‘사랑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군은 올해 3월 이들 부부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려 했다.

철원이는 아내에게 함께 가자는 듯 날갯짓했지만 사랑이는 이에 화답해 날아오를 수 없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연합뉴스

결국 철원이는 지난 6월 혼자 날아 가버렸다.

쉼터 관계자들은 재두루미 부부의 인연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철원이는 제 짝을 잊지 않고 지난 12일 다시 쉼터로 돌아왔다.

철원이 등에 부착한 GPS 기록을 열어보니 중국에서 북한을 거쳐 다시 철원까지 1천km 넘게 날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연합뉴스

중국에서 여름을 나고 다시 아내에게 돌아온 것.

김수호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사무국장은 24일 “철원 지역 재두루미는 보통 3월이면 월동을 마치고 북쪽으로 날아가는데 철원이는 짝을 위해 6월까지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시 만난 부부가 건강하게 지낸다면 내년 봄 예쁜 2세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재두루미 알/연합뉴스

철원이와 사랑이가 산란에 성공해 새끼를 본다면 국내에서 최초로 자연부화에 성공한 재두루미가 된다.

천연기념물 제203호이자 멸종위기Ⅱ급 동물인 재두루미는 자신의 짝을 지키며 평생을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