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기간’ 울진 산불, 범인은 담배꽁초 아닌 투명 페트병?

By 김우성

역대 최장기간 이어진 울진·삼척 산불 원인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산불은 지난 4일 오전 11시 울진군 북면 두천리 도로변에서 발생해 13일 오전 9시, 무려 231시간이 지난 뒤에야 주불이 잡혔다.

4일 경북 울진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북쪽인 강원 삼척까지 번지는 가운데 삼척시 원덕읍 고적마을 일대 산림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 연합뉴스

피해면적만 2만923㏊에 달하는 이번 산불의 원인으로 그동안 담배꽁초가 유력하게 지목됐다.

발화 지점 인근 폐쇄회로(CC)TV에 서너 대의 차량이 지나간 뒤, 잠시 후 도로변에서 연기가 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차량 운전자나 동승자가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고 꽁초를 밖으로 던진 것으로 추측됐다.

경찰은 불이 시작된 지난 4일 오전 11시 17분 전후에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북면 두천리 일대를 지나간 차량 4대를 조사했다.

하지만 모두 흡연 사실을 부인했다.

산불 발화지점에서 발견된 물체 / 연합뉴스

그런데 최근 물이 든 투명 페트병이 새로이 용의 선상에 올랐다.

16일 산림청 국과수 지자체 등 유관기관 합동 감식에서 불에 녹은 페트병이 발견됐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녹아 1차 조사에서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의외로 페트병은 자연발화 화재의 원인으로 자주 지목된다.

투명 페트병이나 유리병은 돋보기 같은 역할을 해 태양광을 집중시켜 때때로 화재를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쓰레기매립장 등 폐기물 적재 더미에서 발생하는 자연발화 화재의 상당수가 이들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울진·삼척 산불 발화지점에서 울진군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림청 관계자가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합동으로 감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울진군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하고 있다. 국과수 감식 결과가 나오면 산림청, 경찰 등과 함께 화인에 대한 수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