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가제? 랍스터요!”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요즘 중고등 학생 어휘력

By 이서현

우리나라 문맹률은 1%. 대부분의 사람이 글을 읽을 줄 안다.

글을 읽더라도 이해하거나 생각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문맹이다.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 문맹률은 무려 75%에 달한다.

10명 중 7명은 글을 읽고도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의미다.

EBS ‘당신의 문해력’
EBS ‘당신의 문해력’

최근 EBS는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이라는 뜻의 문해력을 점검하는 ‘당신의 문해력’을 6부작으로 방송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조병영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는 문해력을 이렇게 정의했다.

글을 읽고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하며 더 나아가서는 글을 이용해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문장이 아니라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의 장벽조차 넘지 못했다.

EBS ‘당신의 문해력’
EBS ‘당신의 문해력’

지난해 ‘광복절 사흘간 연휴’라는 정부 발표 이후 사흘이 실검에 오르며 사회적 이슈가 됐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도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하루, 이틀, 사흘’인데, 많은 사람이 이를 4일이라고 착각해 벌어진 일이었다.

‘당신의 문해력’ 6부작 중에서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 잡은 것도 요즘 중고등 학생들의 어휘 수준을 보여주는 1부 ‘읽지 못하는 사람들’ 편이었다.

어느 고등학교 2학년의 사회 수업 시간.

선생님은 사회 불평등 현상과 관련해 영화 ‘기생충’을 언급하며 영화의 구성 초기 가제가 ‘데칼코마니’였다고 소개했다.

EBS ‘당신의 문해력’
EBS ‘당신의 문해력’

그 순간 자료를 보던 학생들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어리둥절했다.

분위기를 감지한 선생님은 “가제가 뭐야? 혹시 아는 사람?”이라고 물었다.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한 학생이 “랍스터요”라고 대답했다.

모니터로 이를 지켜보던 김구라와 광희, 알베르토 몬디 등의 출연자들은 깜짝 놀랐다.

EBS ‘당신의 문해력’
EBS ‘당신의 문해력’
EBS ‘당신의 문해력’

선생님은 ‘기생충’의 사전적 의미를 보여주며 “다른 동물체에 붙어서 양분을 빨아 먹고 사는 벌레”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분의 뜻을 알고 있는지 묻자 교실에는 다시 정적이 흘렀다.

아이들은 ‘가제’ ‘직인’ ‘차등’ ‘양분’ ‘평론’ ‘기득권’ ‘구김살’ 등 수업이 진행될수록 모르는 단어가 늘어났다.

선생님은 단어 뜻을 풀어주느라 수업 진도를 제대로 나가지 못했다.

사회 선생님은 “가끔 저도 ‘고2씩이나 되는데 이런 단어를 왜 몰라?’ 이렇게 아이들한테 투덜투덜할 때도 있다. 속상하니까”라고 말했다.

또 “영어 선생님은 아이들이 영어 단어 뜻이 한국말로 돼 있으면 그걸 모른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EBS ‘당신의 문해력’
EBS ‘당신의 문해력’

제작진은 중학교 영어 시간을 들여다봤다.

영어 선생님은 사전에 아이들에게 모르는 우리말이 나올 때는 ‘몰라요’를 외치도록 했다.

베이비시터(Babysitter)를 보모, 캐셔(Cashier)를 출납원이라고 설명하자 학생들은 “몰라요”라고 외쳤다.

영단어 사전을 펼치면 가장 첫번째로 나오는 우리말 설명임에도 말이다.

또 로이어(Lawyer)가 변호사라는 건 알았지만 변호가 무슨 뜻인지를 몰랐다.

커머셜(Commercial)을 상업광고라고 알려주면서 뜻을 물어보자 ‘뒷광고’라는 대답이 나왔다.

학생들은 활동지 한 장을 수업하는데 무려 14번의 ‘몰라요’를 외쳤다.

이런 상태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영어 선생님은 “단어가 무엇인지 설명을 해줘도 그걸 한 번 더 해석하는 느낌이 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BS ‘당신의 문해력’

이런 아이들의 세태와 관련해서 한 교사는 “글씨를 보고 읽지 못한다는 입장에서 접근하면 (해당자가) 거의 없을 거다. 말 그대로 문해는 읽고 의미를 구성한다는 건데 ‘사회 교과서나 역사 교과서를 혼자 읽을 수 있냐’하면 절대 못 읽는다. 과학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문해력 저하는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EBS ‘당신의 문해력’

성인 남녀 880명을 대상으로 ‘복약지도서, 주택 임대차 계약서, 직장 휴가 일수 계산’ 등과 같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문장으로 시험을 봤다.

결과는 평균 54점이 나왔다.

실제 기업 10곳 중 6곳에서 젊은 세대의 국어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보고서나 기획안 등 문서작성 능력이 부족하고 구두 보고나 이해 능력도 떨어진다고.

오죽하면 뽑아 놓은 신입사원이 ‘수신, 발신, 참조’라는 단어도 모르다 보니 대학 국어학과 교수를 초빙하여 공부를 시키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프로그램은 문해력의 핵심역량으로 어휘력을 꼽으며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 소리 내 읽기와 쓰기 등의 방법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