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기 광주소방서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통의 편지와 간식, 음료 50잔, 현금 200만원이 도착했다.
편지를 쓴 주인공은 30대 여성 A씨다. 중장비 기사였던 A씨의 남편은 2022년 12월15일 평소처럼 출근해 일하다 지병으로 쓰러졌다. 즉시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응급처치를 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다.
A씨는 “구조대원분들께서는 숱한 출동으로 저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저는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다”라며 편지를 시작했다.
A씨는 “춥게 눈 내리던 그날 추위도 잊고 어떻게 해서든 남편을 빨리 구조해주시려고 노력하시던 구조대원분들, 구조 후 구급차로 옮겨가는 와중에도 같이 뛰며 조금이라도 더 응급조치 해주시려던 분, 병원에 저를 데려다주시며 놀라지 않게 설명해주시던 모습까지 어제인 것 같이 생생한데 1년이 지났다”라고 했다.
이어 “(남편의 1주기인) 이날이 오는 게 힘들고 두렵고 무서웠지만 조금이나마 좋아할 일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남편이 아이에게 생일 선물을 준다고 생각하고 남편과 커피 한잔하고 싶을 때, 남편에게 옷이나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을 때 조금씩 모았다”라며 200만원에 대해 설명했다.
A씨는 “부디 부담 없이 편히 받아 꼭 구조대원분들께서 필요한 곳에 써달라. 구조대원분들 모두 많은 출동에도 다치시는 분 없이 건강하시길 기도하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광주소방서는 간식과 음료는 감사히 받았지만 200만원의 경우 청탁금지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A씨를 찾아 나섰다.
음료 배달 업체를 통해 A씨를 찾아 200만원을 돌려주려 하자 A씨는 “이미 전달한 돈이니 받지 않겠다”라고 거부했다고 한다. 소방관들의 설득 끝에 A씨는 이 돈을 남편 이름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데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