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1%도 없다” 한국 양궁이 세계 정상을 지키는 비결

By 이서현

한국 여자양궁이 2020 도쿄올림픽서 단체전 9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1988년부터 2021년까지, 34년간 올림픽 양궁 여자단체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을 차지한 건 한국이었다.

한국 양궁은 이렇게 세상에 두 번 다시 없을 역사를 만들고 있다.

어떻게 한국 양국은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이토록 오래 지킬 수 있었을까.

한국 양궁은 철저하게 승리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

올림픽 단체전 9연패를 달성한 여자 양궁팀 | 연합뉴스
2021 양궁 국가대표 3차 선발전 | 연합뉴스

선수선발 과정부터 공정하고 투명하다.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라도 전관예우 같은 건 없다. 국가대표 선수 선발전에는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해 단계별 경쟁을 모두 거쳐야 한다.

1년에 10번 치러지는 선발전에 국내랭킹 100위까지 참가할 수 있다.

선발전과 평가전을 포함해 선수들이 쏘는 화살은 총 4055발.

오로지 그 결과에 따라 올림픽 출전 여부가 결정되니, 불만의 잡음이 나올 수도 없다.

선수촌에서 모의 도쿄올림픽 경기장을 만들어 훈련한 양궁대표팀 | 대한양궁협회

한국 양궁은 사교육이 없는 거의 유일한 종목이다.

대한양궁협회는 20여 년 전부터 초등학생들에게 무료 활을 지급하고 교육한다.

양궁을 시작하게 되면 양궁협회에서 선수가 쓰는 일체의 장비와 경기 참가비를 지원한다.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해 비용 걱정 없이 오로지 실력 연마에만 집중할 수 있게 투자하고 있는 것.

사교육이 없으니 학연이나 지연이 없고, 실력으로만 공정하게 선수를 선발할 수 있도록 매뉴얼 지침에 따른다.

JTBC뉴스
JTBC뉴스

​여기에 독특한 훈련 방법도 한몫했다.

선수들이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일부러 태풍이 오는 날 비바람이 몰아치는 상태에서 훈련을 진행한다.

또 담력훈련, 해병대 훈련, 번지점프 등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훈련들을 진행한다.

올림픽 모의고사를 치듯 시끄러운 응원 소리와 TV 생중계 등도 연출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수들은 어떤 환경변화에도 흔들림 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됐다.

KBS1 ‘설특집 활’
KBS1 ‘설특집 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한국 양궁의 비결을 담은 게시물이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17년 방송된 KBS 설특집 다큐멘터리 ‘활’ 일부 장면이 주 내용이었다.

당시 대한양궁협회 장영술 전무(현 부회장)는 “스포츠계에서도 흔히 사회풍자적인 금수저라는 게 있다. 그런데 양궁이야말로 전혀 1%도 그런 게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로지 선수들이 처음 선발 시작해서부터 마지막 대표가 되기까지 4055발을 잘 쏴야만 국가대표로 선발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하자 박수를 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연합뉴스

체계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나 끝없이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는 것에는 당연하게도 돈이 든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에 있는 대한양궁협회는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덕분에 한국 양궁은 공명정대함으로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다.

깨끗하고 정직한 시스템이 견고할 때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