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왕복 8차선 도로 ‘무단횡단’ 보행자 사망사건, 운전자 무죄

By 김연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깜깜한 새벽.

어두운 옷을 입고 왕복 8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70대 할머니가 SUV 차량에 치여 숨졌다.

검찰은 운전자 A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 2일 인천지법 형사11단독 정현설 판사는 SUV 차량 운전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A씨는 지난해 8월 16일 오전 5시 5분경, 인천시 부평구의 왕복 8차선 도로를 지나다가 무단횡단을 하던 70대 할머니를 치어 숨지게 했다.

당시 70대 할머니는 횡단보도가 없는 8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 검찰은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에서 운전하던 A씨가 전방 주시를 소홀히 했고, 무단횡단하던 보행자를 발견한 즉시 속도를 줄여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A씨는 법정에서 “사고 당시는 해가 뜨기 전이었으며, 피해자가 어두운 옷을 입고 왕복 8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했다”라며 “제한 속도를 지키고 앞도 제대로 봤지만,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피해자를 볼 수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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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A씨의 주장을 인정했다.

정현설 판사는 “사고 당시 피고인이 제한 속도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해가 뜨기 전 어두운 상태였고 피해자도 어두운 옷을 입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중앙선 인근에 서 있는 피해자를 식별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런 상황까지 예상해 운전해야 할 의무가 피고인에게 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