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띵동~! 어플 보고 왔어요”
수시로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참다못한 집주인은 결국 현관문에 안내문을 붙였다.
밤마다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은 일면식 전혀 없는 낯선 남자들이기 때문이다.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느 집 앞 벽면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 안내문에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안내문 글은 “랜덤채팅 앱에서 주소를 도용당하고 있습니다”라고 시작된다.
안내문 작성자는 “채팅 앱을 통해 방문하셨다면 초인종 누르지 말고 돌아가 주세요. 우리 집 주소를 누군가 채팅 앱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20대 후반 남자입니다”라고 두 번 적었다.
안내문 속 사연에 따르면, 낯선 사람들이 피해자의 집에 찾아와 초인종을 누르고 랜덤채팅 앱에서 만난 누군가를 찾고 있다.
즉, 피해자의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랜덤채팅 앱에서 누군가에게 속임을 당한 이들이었다.
피해자가 ’20대 후반 남성’이라는 것을 강조한 점을 미루어 보아, 누군가 여성인 척하고 남자들을 유인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연을 접한 박지훈 변호사는 JTBC ‘사건반장’에서 “끔찍하다. 오는 사람도 문제지만, 주소를 도용해서 공개한 사람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 (주소를 도용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이 채팅 사이트가 외국에 있다면, 찾아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한국 사이트라면 경찰에 신고해서 누가 이렇게 도용한 주소를 올리는지 확인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은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본인을 노출하지 않고 무작위로 채팅하는 랜덤채팅 앱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에 특별한 제약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번호를 도용한 음란 문자와 채팅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또 성별과 태어난 해, 지역 등을 마구잡이로 적거나 악의적으로 타인의 번호를 남겨 엉뚱한 사람에게 피해를 떠넘기는 일도 다반사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계 당국은 수수방관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유해 앱을 차단하기 위해 이용자들이 유해물을 직접 신고하는 전국민 모니터링제나 파파라치 제도(신고 포상금제도)를 도입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