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이 미 연설 중 ‘진주만’ 언급하자 발끈한 일 누리꾼들

By 김우성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대상으로 한 화상 연설에서 ‘진주만 공습’을 언급하자 일본 누리꾼들이 불쾌감을 드러냈다.

16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상·하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16분 남짓 길이의 화상 연설을 펼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 미 의회에서 영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 / EPA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평화를 지키는 세계의 지도자가 돼 달라”고 간곡히 호소하며 “진주만 공습과 9·11 테러를 기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 영토가 대대적인 공습을 받은 것은 남북전쟁 이후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과 2001년 9·11 테러, 단 두 차례뿐이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도와달라고 호소한 연설에서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침략국이라는 사실이 새삼 강조된 셈이다.

1941년 12월 8일 일본군 공습으로 불타고 있는 미국 해군의 전함들. / 연합뉴스

이 연설을 본 일본 누리꾼들은 SNS에 “정식으로 항의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 일본 누리꾼은 “침략자의 대표적 사례로 진주만 공격과 9·11 테러를 나란히 나열한 것은 매우 복잡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또 “진주만 공습을 언급했으면, 도쿄 대공습이나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정도는 함께 언급하라”라는 주장도 있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본의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내놨다.

일본 누리꾼이 쓴 글 중 하나 / 트위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자체를 진주만 공격에 비유한 게 아닌 듯하다”며 “당연한 일상을 순식간에 빼앗기는 충격, 공포, 슬픔을 빗댄 것이다. 너무 흥분하지 말라”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1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공했으며, 주일 우크라이나 대사관의 모금 계좌에는 약 6만 명이 기부한 20억 엔(약 210억 원)이 전달됐다.

일본 자위대는 방탄복과 헬멧 등 군수 물품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