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테러범이 놓고 간, 진짜 감자랑 똑같이 생긴 ‘감자폭탄’의 정체

By 김우성

지난달 31일 방송된 tvN 드라마 ‘지리산’에서는 의문의 검은 장갑이 무덤 터 위에 올려놓은 ‘감자폭탄’이 터지면서 건강원 가게 남편이 사망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감자폭탄’의 실제 모습과 그 정체가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았다.

화제가 된 감자폭탄의 사진은 지난 1996년 지리산 대성골에서 발견된 감자폭탄이었다.

드라마에 등장한 감자폭탄 / tvN ‘지리산’
1996년 지리산 대성골에서 발견된 감자폭탄 / 우두성 지리산생태보존회 대표 제공

당시 지리산에는 많게는 10~20마리의 야생곰이 살았는데, 웅담을 노리는 사냥꾼들이 곰을 잡기 위해 썼던 게 바로 감자폭탄이다.

지난 2013년 1월 한겨레가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당시 반달곰 보호운동을 벌인 우두성 지리산생태보존회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1996년만 해도 지리산에 전문 사냥꾼이 다섯 팀 있었다. 설악산 반달곰 다 잡고 백두대간 타고 내려온 거지. 그 사람들 ‘감자폭탄’도 썼다. 대성동 골짝에 엄청 깔아놨다. 거기서 곰이 많이 죽었다”

설악산 반달곰 사건 때문에 나라가 떠들썩했기에 곰 사냥꾼들은 지리산에서는 눈에 띄는 사냥총 대신 올가미와 감자폭탄을 썼다.

1983년 5월 부상당한 채 설악산에서 발견된 반달가슴곰을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

감자폭탄은 물에 불려 말린 딱총 화약을 벌집에서 채취한 밀랍으로 싸서 감자처럼 만든 사냥용 폭탄이다.

여기에 꿀을 발라 나뭇가지에 실로 걸어놓으면, 이를 낚아채 씹던 곰이 ‘펑’ 터져 뇌진탕으로 죽었다.

겉보기에 실제 감자와 비슷해서 사람이 가까이서 봐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원래 지리산의 주인이었던 야생곰들은 웅담을 노리는 사냥꾼들을 피해 2002년 환경부 무인카메라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뒤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지금 지리산에서 사는 반달곰들은 얼마 후 시작된 지리산 반달곰 복원사업으로 풀려난 곰들이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자료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