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내달라고 애원하는 초등생을 성폭행한 20대가 ‘감형’받은 이유

By 이서현

지난 크리스마스에 초등학생을 불러내 성폭행한 2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황승태)는 14일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25)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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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지역에서 스키강사로 활동한 A씨는 지난해 12월 25일, 당시 초등학교 6학년생인 B양을 불러내 무인모텔로 데려갔다.

이후 조건만남을 운운하며 성매매를 권유하고 이를 거부하는 B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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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스키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고등학교 남학생들에게 “여자를 소개해달라”고 했고, 휴대전화 사진을 본 뒤 B양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학생들은 B양이 초등학생이라며 만류했지만 A씨는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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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양은 “아는 중학생 오빠 번호로 전화가 와 받았더니 A씨가 ‘파티를 하러 데리러 오겠다’고 말했고 30분 뒤 차를 끌고 집 앞으로 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또 “무인모텔이라는 것 자체를 몰랐는데 올라가보니 방이 있었다”며 “A씨가 맥주를 마시라고 권하더니 조건만남을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싫다. 집에 보내 달라’고 애원했지만 협박과 폭력이 이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건 다음 날, B양이 친한 언니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으며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B양은 사건 직후 이틀 넘게 하혈을 했고,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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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곧장 A씨를 긴급체포했으나 검찰이 불승인하면서 풀려나 스키강사 일을 이어가기도 했다.

A씨는 경찰 수사 당시에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성폭행 혐의를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사회적 비난 가능성과 엄하게 벌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상당한 신체적,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라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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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을 구형한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는 이유로, A씨는 형량이 무겁고 사실오인이 있다며 각각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크며,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형량을 소폭 감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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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받고 있는 점,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사죄 의사를 밝히고 있고 피고인 가족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점, 범죄 전력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형량을 소폭 감경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