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구하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시각장애인’ 변호사 탄생

By 연유선

제12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날인 지난 21일 첫 시각장애인 특수학교 출신 변호사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바로 김진영(30)변호사다.

김 변호사는 한쪽 눈은 원래 시력이 없었고, 다른 쪽은 잔존시력이 0.2 정도에 불과했다. 열한 살 때쯤 원인을 알 수 없는 망막박리로 김씨는 약 일주일 만에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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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변호사는 특수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변호사의 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공부는 쉽지 않았고 책을 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2018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고 나서도, 변호사시험을 준비할 때도 교재 확보가 가장 큰 문제였다.

김 변호사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법서는 한자가 많고 음영이나 밑줄도 많아서 광학문자판독(OCR)을 해도 문자가 깨지거나 인식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양도 많아서 봉사자들한테 타이핑해달라고 맡기기도 어렵다. 1000쪽이나 2000쪽짜리 책이 기본이니까 한 권이 완성되는 데 3개월, 길면 1년도 걸린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법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변호사시험 기출문제를 공개하는데, 이 중 일부를 이미지 파일로만 제공했다.

김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부터 법무부는 장애인이 요청하면 기출문제 한글 파일을 제공하기로 했다.

김 변호사는 “공부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게, 제가 가는 길이 처음 가는 길인 것처럼 닦여 있지 않다는 거였다”라며 “나라도 돌멩이 하나 치우는 느낌으로 싸우면 다음 사람이 편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음 달부터 재단법인 동천에서 근무하는 김 변호사는 종각역부터 회사 입구까지 유도블록을 설치해달라고 종로구청에 신청해 뒀다고 했다.

한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김진영 변호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의 뜻을 전했다. 한 장관은 김 변호사에게 “향후 시각 장애인들이 변호사 시험을 치르는 데 불편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