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올림픽서 넘어진 美 태생 中 피겨선수, 누리꾼 악플에 눈물

By 이서현

미국 태생의 중국의 피겨 국가대표 선수가 올림픽 첫 출전 경기에서 실수를 연발해 중국 누리꾼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6일 올해 19살의 주이는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단체전에 출전했다.

환호 속 등장한 주이는 올림픽 첫 출전이라는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했다.

첫 컴비네이션 점프부터 삐거덕거리며 넘어졌고 이내 펜스에 부딪혔다.

이어 3바퀴를 돌아야 하는 마지막 트리플토루프는 1회전으로 처리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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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주이는 중국 선수들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고 이 바람에 중국의 순위는 3위에서 5위로 떨어졌다.

피겨 단체전은 상위 5개 팀까지 결승에 진출하기 때문에 중국 팀은 간신히 탈락을 면했다.

이를 지켜본 중국인들은 냉담한 반응을 쏟아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는 ‘주이가 넘어졌다’는 해시태그 조회 수는 단 몇 시간 만에 무려 2억 회를 기록했다.

한 누리꾼이 올린 ‘이것은 망신’이라는 글에는 ‘좋아요’ 1만1천 개가 달렸다.

또 “우스꽝스러운 연기 잘 봤다” “실력도 안 되는데 감히 중국을 위해 스케이트를 타다니” “중국어부터 배워라”등의 조롱 댓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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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태어난 주이가 본토 선수들을 제치고 왜 중국 대표로 뽑혔는지 의문이라는 성토도 쏟아졌다.

경기 후 주이는 “속상하고, 좀 당황스럽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중국인 모두가 (대표) 선발에 놀랐던 것을 알고 있다”며 “그들에게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압박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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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2018년 중국 대표로 뛰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이름도 베벌리 주에서 주이로 바꿨다.

인공지능(AI) 분야 과학자인 그의 아버지는 2020년 캘리포니아대에서 베이징대로 옮겼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이번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해 외국에서 태어난 재능있는 선수 십여 명을 국가대표로 뽑았고, 주이도 그중 한 명이다.

한편, 관련 소식을 전한 CNN 등 외신은 중국 정부가 올림픽 메달 개수는 국력의 상징이라고 주장하며, 대표팀 선수들이 상당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