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유인한 50대, 경찰은 ‘술 취했다’며 조사도 안했다

By 이서현

귀가 중인 초등학생을 유인해 끌고 가려던 50대 남성 붙잡은 경찰이 ‘술에 취했다’며 조사도 하지 않고 돌아가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50대 남성 A씨를 약취유인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9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5학년 초등학생 B군의 목에 팔을 두르고 끌고 가려고 한 혐의를 받는다.

MBC 뉴스

MBC가 공개한 주변 CCTV 영상에는 A씨가 걸어가던 B군의 곁으로 가 어깨에 팔을 둘렀다.

B군이 휴대전화를 꺼내자 목을 감고 뒤로 젖히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팔을 풀고 아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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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군의 아버지는 당시 상황에 대해 “갑자기 ‘같이 라면 좀 먹고 가자’고 얘기해서 (아이가) 거부를 하니까 다시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 사줄 게 같이 가자’고 했다”며 “‘나쁜 사람이 따라오니까 엄마한테 전화하냐’며 계속 따라왔다”고 설명했다.

B군은 A씨가 ‘이리 오라’고 말을 건 뒤 30미터 정도를 쫓아왔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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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사건 1시간 만에 즉시 신고했고, 경찰은 당일 저녁 8시 반쯤 용의자를 집에서 검거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당시 만취 상태였고, 주거지가 확실해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조사를 하지 않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에도 A씨에게 전화만 걸었고, 역시 술에 취해 있다는 이유로 부르지도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불가항력적으로 만취상태라, 도주 우려가 없기 때문에. 긴급체포보다도 명확하게 피해자분에게 고지해서, 안심시키는 게 우선 목표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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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조사도 이뤄지지 않자 B군의 가족은 한동네 사는 A씨를 다시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A씨는 경찰에 ‘아이가 예뻐서 토닥거렸을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군에 위치 추적용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사건 발생 4일이 지나서야 A씨를 ‘약취 유인’ 혐의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