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주차장서 극적 구조된 50대 엄마, 껌딱지 10대 아들은 함께 돌아오지 못했다

By 이현주

“‘엄마 껌딱지’라 엄마 따라 주차장 갔나 봐요.”

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포항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실종됐던 주민 9명 중 39세 남성과 52세 여성이 기적처럼 살아 돌아왔다.

이 중 52세 여성은 주차장에 함께 내려갔던 중학생 아들을 잃은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7일 문화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41분쯤 52세 여성 A 씨가 생존해 들것에 실려 나왔다.

A 씨는 지하 주차장 천장 근처 배관 위쪽 공간에 엎드려 있다가 소방 당국에 발견됐다.

다행히 물이 배관 높이 위로 올라오지 않아 천장까지 공기가 있는 작은 틈(에어포켓)이 형성된 것.

A 씨는 발견 당시 저체온증으로 인한 오한 증세를 보였지만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가족들은 A 씨가 살아 돌아오자 안도했다.

들것에 실려 나오는 52세 여성 | 연합뉴스

그러나 기쁨도 잠시 A 씨의 아들 B(15) 군이 같이 구조돼 나오지 못한 상황을 이내 인지했다.

가족·친지 10여 명은 하염없이 기도를 시작하며 B 군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러나 B 군은 결국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춘기 소년 B 군은 친척들 사이에 ‘엄마 껌딱지’라 불릴 만큼, 엄마를 유독 따르고 사랑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사고 당일에도 엄마가 관리사무소의 “지하 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 조치하라”라는 방송을 듣고 집을 나서자, B 군도 엄마를 따라나선 것 같다고 했다.

가족들은 B 군이 폭우 속 엄마를 보호하고자 같이 현관문을 나선 것으로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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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엄마 A 씨의 건강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고 한다.

A 씨의 지인은 “뇌에 꽈리가 생겨 (혈류 전환) 스탠트를 했었고 팔도 아팠지만, 늘 밝고 헌신적이었다”라고 매체에 말했다.

B 군의 빈소는 7일 오전 포항 북구 포항의료원 2분향실에 차려졌다.

가족들은 A 씨에게 아들의 사망 소식을 아직 전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