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아프간 대통령궁 점령한 뒤 “전쟁 끝났다”며 사실상 승리 선언

By 김우성

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이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후 카불에 진입해 대통령궁을 장악했다.

앞서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카불 현지 경찰들이 도시를 떠났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 약탈을 막을 목적으로 카불 진입을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대통령궁을 장악한 뒤 종전을 선언하며 탈레반기도 게양했다.

미국이 지난 5월 아프간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이자, 탈레반이 급속도로 세력을 넓혀 주요 거점 도시들을 장악한 지 불과 10일 만이다.

탈레반이 아프간 대통령궁을 차지한 모습 / 연합뉴스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알자지라방송을 통해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하며 “통치방식과 정권 형태가 곧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는 주민과 외교 사절의 안전을 지원하겠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장한다. 모든 아프간 인사와 대화할 준비가 됐으며, 필요한 보호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이미 카불을 벗어나 타지키스탄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니 대통령은 보안군이 카불을 지킬 것이라고 호언장담해왔지만, 카불이 함락되자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국민을 남겨둔 채 국외로 급히 도피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 연합뉴스

탈레반은 아프간 내 행정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카불 내 외국인은 원하면 떠나고, 떠나지 않는다면 새 탈레반 정부에 등록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프간 정부군에게는 귀향을 허용하며 사실상 군대 해산을 지시했다.

공항과 병원은 계속 운영되며, 긴급 물품의 공급 또한 중단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외교관들과 직원들을 대피시키는 등 철수에 나선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 대사관에 걸려있던 성조기도 내렸다고 CNN 방송 등 미국 언론은 전했다.

미국 대사관 국기 하강은 대사관 철수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카불 미 대사관에는 미국의 전 세계 공관 중 최대 수준인 4천200명이 근무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1천 명의 병력을 카불에 추가로 증파해 총 6천 명의 병력을 가동해 공관 직원과 아프간인들의 탈출을 도울 계획이다.

아프간 라그만주에서 차에 탈레반 상징 깃발을 꽂고 이동 중인 탈레반 전투요원. / 연합뉴스

한국대사관은 잠정 폐쇄를 결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5일 오후 늦게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정부는 아프간 상황이 급격히 악화돼 현지 주재 우리 대사관을 잠정 폐쇄키로 결정했다”며 “공관원 대부분을 중동지역 제3국으로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아프간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1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재외국민의 안전한 철수 등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 대사 등이 현재 안전한 장소에서 본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