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묶여 살면서 쓰러진 주인 목숨까지 살린 충견 ‘복순이’의 비참한 운명

By 이현주

평생 묶여 살던 강아지의 비참한 운명이 안타까움과 먹먹함을 자아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주인을 살렸지만, 누군가로부터 학대당한 뒤 기력을 잃자 주인은 보신탕집에 데려다줬다.

25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2시쯤 전라북도 정읍시의 한 식당 앞에서 크게 다친 강아지가 행인에게 발견됐다.

학대를 당하기 전 복순이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개는 코와 가슴 등 신체 일부가 예리한 흉기에 의해 잘려 나가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삽살개 종인 이 개의 이름은 ‘복순이’로 나이는 8살, 발견 당시 몸무게는 15kg이었다.

과거 주인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크게 짖어 목숨을 구한 충견으로 마을의 마스코트로 알려져 있었다.

어릴 때부터 큰 대로변 식당 앞에서 8년 동안 묶여서 자란 복순이는 지난 23일 밤부터 24일 새벽 사이에 누군가에게 잔혹하게 학대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학대당한 채 피 흘리는 복순이 | 비글구조네트워크

학대 수법도 잔인했지만, 더 잔인한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주인은 다친 복순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하지만 150만 원가량의 병원비가 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발길을 돌렸다.

복순이는 결국 한 보신탕집 냉동고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현장을 찾은 비글구조네트워크의 관계자가 복순이 사체를 찾아 25일 화장을 마쳤다.

보신탕집에서 복순이의 사체를 수습해 장례를 치른 비글구조네트워크

단체에 따르면 주인은 동물병원을 다녀온 뒤 복순이가 죽어서 보신탕집에 넘겨줬다고 한다.

그러나 단체 측은 개 상태를 감안했을 때 주인이 별다른 처치를 하지 않고 도축업자에게 데려간 것을 의심하고 있다.

단체는 개를 학대해 숨지게 한 용의자를 처벌해달라며 사건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단체 관계자는 “날카로운 커터칼 같은 것으로 얼굴과 가슴 부분을 반복해서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묶인 상태에서 저항도 못 하고 숨진 강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라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탐문 수사 등을 통해 피의자를 특정하는 대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