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2만원 짜리 시계 차던 억만장자… ’10조’ 기부하고 빈손으로 떠났다

By 연유선

전재산 80억달러(한화 약 10조 8000억원)를 사회에 환원하고 늘 소탈한 삶을 추구했던 미국의 억만장자 찰스 척 피니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92세.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BBC 등 외신은 세계적인 면세점 DFS의 공동 창립자 피니가 9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타계했다고 보도했다.

손에 꼽히는 거부였던 피니는 노후 생활을 위해 200만 달러(약 27억 원)을 남겨놓고, 5명의 성인 자녀에게도 일부 유산만을 남겼다. 이후 사망할 때까지 수년간 샌프란시스코의 평범한 아파트를 임대해 배우자와 함께 노년을 보냈다.

자선재단 페이스북

피니는 1982년 자선재단 ‘애틀랜틱 필랜스로피’를 설립한 뒤 2020년까지 대학·병원·미술관·도서관 등에 기부했다.

항상 익명이나 가명을 써 기부받은 1000여 개 기관이나 단체들은 기부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척 피니의 ‘은둔 기부’는 그가 애틀란타 재단의 DFS 지분을 팔면서 끝이 났다. 그때야 비로소 그는 언론에 자신이 이미 억만장자가 아니며, 오래 전에 모든 자산을 재단에 기부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미 전 재산을 기부했는데도 이를 모르고 <포브스>가 그를 ‘미국의 400대 부자’에 수 년 동안 이름을 올렸던 것만 봐도 그의 기부철학을 엿볼 수 있다.

MBC 서프라이즈

피니는 막대한 부를 쌓았음에도 소탈한 삶을 추구했다. 피니는 15달러(약 2만원) 이상의 손목시계는 구매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부의 상징인 호화 요트도 갖고 있지 않았으며, 출장 시 비행기를 탈 때면 이코노미석에 탑승했다. 그는 자동차를 보유하지 않은 탓에 평소 이동할 때는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를 이용했다.

그는 돈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녀들에게 일깨워주려 노력했다. 방학 때 마다 아르바이트를 시켰고 집 전화요금도 각자 부담케 했다.

그는 “그저 필요한 것보다 부가 넘친다고 느꼈기에 기부에 나섰을 뿐”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한편 피니는 1931년 미국 뉴저지주(州) 맞벌이 가정에서 태어나 골프장에서 캐디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돈을 벌어왔다.

1948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군에 자원입대해 전역자에게 주어지는 장학금을 받아 코넬대에 입학했다. 이후 캠퍼스에서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동료 학생들에게 팔았다.

피니는 파리 소르본대 강좌 수강을 위해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현지에 주둔 중인 미국 해군에 면세 주류와 향수 등을 팔면서 면세사업에 뛰어들었다. 1950년대 미국인들의 유럽 관광 증가와 일본인들의 하와이 관광이 늘어나면서 사업도 크게 번창했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피니에 대해 “내 엄청난 롤모델이자 살아있는 동안 베푸는 최고의 사례”라 평가했으며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모든 이의 영웅이 돼야 한다”라며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