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끼치고 싶지 않아” 영원한 ‘산사람’이 된 김홍빈 대장

By 이서현

장애를 딛고 히말라야 브로드피크 등정에 성공한 뒤 조난을 당한 김홍빈 대장에 대한 수색 작업이 1주일 만에 중단됐다.

광주시 사고수습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26일 헬기 수색 결과와 가족 의견을 반영하여 현실적으로 생환이 어렵다고 판단해 추가 수색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색 중단을 결정한 데는 김 대장의 평소 당부도 큰 영향을 미쳤다.

김홍빈 대장 페이스북

김 대장은 원정에 나서기 전 주변에 “지금까지 주위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죽어서까지 주위 분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라며 산에 묻히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김 대장의 부인은 “7900m 고산지대 수색을 위해 대원들이 등반할 경우 2차 사고 우려가 크다. 수색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JTBC 뉴스

현지 수색·구조대는 전날 헬기 1대를 띄워 6차례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육안으로 김 대장을 찾지 못했다.

헬기에서 촬영한 영상을 판독했지만 김 대장의 흔적이나 소지품 등도 발견하지 못했다.

현지 대원들은 김 대장의 물품들을 정리한 뒤 베이스캠프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김홍빈 대장 페이스북

대책위는 고 박영석, 고미영 등 과거 산악인들의 사례와 평소 업적 등을 고려해, 김 대장에 대한 장례를 가장 영예로운 방법으로 치르기로 했다.

김 대장은 지난 18일 오후 4시 58분(현지시간) 브로드피크(8047m) 등정에 성공하며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최초의 장애 산악인이 됐다.

하산하던 중 조난을 당한 김 대장은 19일 오전 11시쯤 러시아 구조대의 구조 과정에서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김홍빈 대장 페이스북

김 대장은 지난 1991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를 단독 등반 중 조난사고로 열 손가락을 모두 잃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다시 산악을 시작한 그는 2009년 7대륙 최고봉을 완등했고 2019년 히말라야 14좌 중 13좌에 올랐다.

마지막 남은 히말라야 브로드피크를 올랐던 그는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영원한 ‘산사람’으로 남게 됐다.

대책위는 정부에 김 대장의 체육훈장 추서를 건의할 계획이다.

김 대장의 공적과 과거 산악체육인의 수훈 사례를 고려해 체육훈장 최고등급(1등급)인 청룡장 추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