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삼시세끼 ‘안성탕면’만 먹던 할아버지, 92세로 세상 떠났다

By 이서현

50여 년 동안 라면을, 그중 30년은 안성탕면만 먹었던 박병구 할아버지가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가 지난 2019년 ‘망백(望百: 91세)’을 맞았다는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진 바 있다.

농심 측은 당시 어버이날을 앞두고 박 할아버지 자택을 방문해 건강을 기원하는 선물을 전했다.

유튜브 채널 ‘취재대행소 왱’

박 할아버지는 1972년 43살 때부터 장의 통로가 좁아지는 장협착증에 걸려 음식을 잘 소화하지 못했다.

음식을 먹기만 하면 토하기 일쑤였고, 수술까지 받았지만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

어느 날 ‘라면을 먹으면 속이 확 풀어진다’는 지인의 말에 라면을 먹기 시작했고 실제로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라면에 눈을 뜬 할아버지는 여러 라면을 맛보며 몸에 잘 맞는 라면을 찾았다.

농심 소고기라면과 해피라면을 거쳐 찾은 인생라면이 바로 안성탕면이었다.

농심

할아버지는 안성탕면을 언제부터 먹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했다.

다만, 안성탕면이 1983년 출시됐기에 적어도 30년 이상을 안성탕면만 먹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농심과 박 할아버지의 인연은 1994년 동네 이장이 농심에 할아버지의 사연을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농심 측은 이후부터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900여 박스에 달하는 안성탕면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농심

삼시세끼 라면만 먹었지만, 할아버지는 노환으로 귀가 잘 안 들리는 것만 빼면 91세까지도 건강에 큰 이상이 없었다.

라면도 직접 끓여 먹고, 일주일에 한 두 번은 텃밭 관리도 할 만큼 건강했다.

유튜브 채널 ‘King Food 킹푸드’
유튜브 채널 ‘King Food 킹푸드’

2019년 보청기 관련 봉사활동을 통해 박 할아버지의 집을 방문한 한 유튜버는 “어르신을 실제로 뵈니 귀가 잘 안 들리시지만 대체로 건강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6.25 참전용사로 전쟁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요”라며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취재대행소 왱’

이후 뜸했던 할아버지 소식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농심의 VIP셨던 할아버지’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통해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게시물에는 2019년 유튜브 채널 ‘취재대행소 왱’에 달린 댓글이 첨부돼 있었다.

댓글은 남긴 이는 박 할아버지의 외손자로 “2020. 5.23. 오후 11시 49분 운명하셨습니다. 이 자리에 농심 관계자분께서도 와주셨습니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많은 이들에게 할아버지가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해당 댓글에 따르면 박 할아버지는 지난해 향년 92로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