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전 멸종한 줄 알았던 ‘황금두더지’… 보더콜리가 찾아냈다

By 연유선

2차 세계대전 이후 모습을 감춰 멸종된 줄 알았던 황금두더지가 86년 만에 발견됐다.

황금두더지로 불리는 ‘디윈턴황금두더지’는 반질반질한 털과 눈이 퇴화한 얼굴 탓에 ‘대충 생겨 귀여운 두더지’로 유명하다. 이 두더지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1937년이다.

황금두더지는 아프리카 남부 지역 토착종으로 모래를 파고 들어가는 습성을 지닌 소형 식충 포유류다. 종에 따라 크기는 다르지만, 평균 8~20㎝ 정도로 작은 몸집을 지니고 있으며 털에는 기름진 분비물이 흘러 몸이 ‘황금빛’을 띠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종의 황금두더지 가운데 10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장 피에르 르루

야생동물 보호활동가들은 2년간의 노력 끝에 디윈턴황금두더지를 발견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 대학 사만다 민하르트 박사와 멸종위기 야생동물 기금(Endangered Wildlife Trust, EWT) 활동가들은 과학저널 ‘생물다양성과 보전’ 최근호에 “남아프리카 서해안의 토양 환경디엔에이(eDNA) 연구를 통해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디윈턴황금두더지 존재를 확인했다”라고 지난달 11일 밝혔다.

장 피에르 르루

연구진은 땅속을 재빨리 파고 숨는 황금두더지를 찾기 위해 보더콜리종 탐지견 ‘제시’의 도움을 받았다. 후각으로 황금두더지를 찾도록 훈련받은 제시는 모래사장에서 황금두더지의 냄새를 맡으면 멈춰 섰고, 연구진은 이때 모래 샘플을 채집했다.

연구진은 하루 최대 18㎞의 모래 언덕을 수색했고, 총 100개의 샘플을 채집했다. 이들은 환경 디엔에이 기술을 이용해 황금두더지가 굴을 파고 이동할 때 모래에 남겨진 피부 세포, 소변, 대변, 점액 등을 검출했다. 그 결과, 모래에서는 두 마리의 디윈턴 황금두더지의 흔적이 검출됐다.

장 피에르 르루

연구진은 2021년 현장 조사 때 디윈턴황금두더지를 실제로 목격했다. 이번에 환경 디엔에이 분석법을 통해 최종적으로 디윈턴황금두더지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확인한 것이다.

이들은 디윈턴황금두더지가 발견된 놀로스 항구 인근에 건강한 개체군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이곳은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는 채굴 지역으로 황금두더지들의 서식지 위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