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술 안 마셔도 돼요”, 확 달라진 대학 OT 현장

By 박 형준 인턴기자

군기 교육, 장기자랑 강요는 이제 옛말

성인지감수성 교육도입되기도

작년 한 해를 거치며 크게 변화한 사회적 분위기가 올해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현장에 스며들었다. 지나친 음주와 불필요한 군기 교육, 장기자랑 강요 등 ‘악습’이라고 불리던 폐단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 달 말 숭실대학교 총학생회가 주최한 동계 리더십트레이닝(LT)에서 색다른 장면이 목격됐다. 이날 행사에 모인 100여명의 학생들은 각각 노란색, 분홍색, 검정색 등 서로 다른 색깔의 팔찌를 손목에 차고 있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shutterstock/NTD 편집)

팔찌의 색깔은 그날 자신이 술을 얼마나 마실 것인지를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오늘은 얼굴이 팔찌색이 될 때까지 마시겠어’를 의미하는 분홍색 팔찌, ‘오늘 끝까지 가고 말겠다’를 뜻하는 검정색 팔찌, 그리고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표시인 노란색 팔찌를 찬 학생들은 모두 부담 없는 표정으로 OT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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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술 강권 금지 팔찌’ 제도를 통해 억지로 술을 먹이던 풍습을 억제하겠다는 것. 해당 제도를 도입한 우제원 숭실대 총학생회장은 “수련회에서 이 제도가 높은 호응을 얻었다”며 “향후 개최될 신입생 환영회, 학과별 MT 등 각종 행사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각종 강요 문화를 근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 타 대학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요동치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교내 학생단체인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를 주축으로 작년부터 ‘장기자랑 강요 프리(Free) 선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각종 환영 행사에서 신입생이 원하지 않는 장기자랑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활동이다. 서울대 단과대·학부 학생회에서는 릴레이 선언을 이어가는 등 해당 캠페인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기타 대학들에서도 마찬가지로 강요 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는 가운데, 올해 대학가 OT에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 또한 도입될 예정이다. ‘미투(MeToo) 열풍’이 작년 한 해를 휩쓸었던 만큼, 올해부터 성인지 교육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관련 내용을 담은 신입생 OT 운영지침을 각 대학에 권고하며 “성인지 교육을 포함해 음주 강요,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행위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교육 또한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동시에 교육부는 경희대, 동아대, 서강대 등 10개 대학을 선정해 OT 현장을 사전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음주 강요 및 가혹행위의 실재 여부를 감독하고, 학생 안전에 이상은 없는지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사회적 대격변을 겪은 2018년이 저물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며 작년의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 세태를 고스란히 반영한 대학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네티즌들은 ‘우리 동생 이번에 대학 가는데 잘 감시해야겠다’, ‘저게 맞다. 바뀔 건 바뀌어야 한다’ 등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