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데 뭔가 허전해” 자꾸 간식거리 찾게 되는 이유, 그 대책

음식에 대한 욕망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편안함·안일함에 대한 갈망과 관련 깊다.

이러한 갈망이 겉으로 나타나면 치킨·피자·떡볶이·아이스크림 등 특정 음식을 먹고 싶은 욕망이 된다.

배고픔은 아무 음식으로나 해결할 수 있지만, 먹고 싶은 음식을 안 먹으면 뭔가 허전하다. 그런데 이때 먹고 싶은 음식은 대체로 몸에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요즘 사람들이 즐겨 먹는 단것·탄산음료·고지방 식품 등은 만성질환의 한 요인이다.

의학계에서는 이런 식품이 비만·수면무호흡·당뇨·심장병·암을 유발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문제는 몸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먹고 싶은 욕망이다.

 

왜 음식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느낄까?

자연 요법가 엘레나 진코프(Elena Zinkov)는 “우리는 음식으로 배고픔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만족감을 얻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음식이 주는 정서적 만족감은 길어야 십몇 초 정도다. 길게 보면 매우 부정적인 효과를 낳는다”라고 밝혔다.

음식에 대한 욕망이 솟구칠 때, 우리는 자제력을 잃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욕망이 강렬해진 데에는 자신도 책임이 있다. 자꾸 욕망과 타협하면 우리 대뇌와 몸은 해당 음식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강해져, 나중에는 먹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된다.

우리 몸은 세로토닌과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쾌감을 담당하는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분비돼 쾌감을 느낀다.

이러한 화학적 시스템 덕분에 우리 조상들은 생활 속에서 즐거움과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접어들어 식생활 환경이 달라졌다. 고지방·고당도·고염도, 첨가물 식품이 넘쳐나면서, 과거에 유용했던 시스템이 오늘날에는 들어맞지 않게 됐다.

자연 요법가 진코프는 “우리 조상은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없었다. 어느 날은 푸짐하게 먹고 어느 날은 굶거나 초라하게 먹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엔 골목마다 음식점이나 편의점이 있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참을 필요가 없다. 배고픔은 이제 무서운 욕망이 돼 버렸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없음(사진=JUNG YEON-JE/AFP/Getty Images)

 

채워지지 않는 욕망..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들

지나치게 달거나 짜고 기름진 음식을 장기간 먹으면 몸에 부정적인 변화가 생긴다.

그 한 가지는 D2 도파민 수용체의 감소다.

억지로 먹거나 과식하거나 같은 음식을 중독적으로 먹으면 D2 수용체가 줄어든다.

무슨 뜻일까? 같은 만족감을 얻으려면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도파민 수준이 정상일 때, 힘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사람이 활발해진다.

반면, 도파민 수준이 낮아지면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해진다. 세상일에 흥미가 없어진다. 이때 욕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왜곡된 행복감을 추구하게 된다.

자연 요법가 진코프는 “이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심심해지면 쉽게 욕망이 솟구친다. 뭔가를 하기는 싫고 식욕만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욕망을 채워 도파민을 분비하는 게 습관이 되면 의존현상이 심해진다. 단것을 안 먹으면 기운이 안나는 식이다.

엄밀하게 본다면, 단것을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단것이 주는 짧은 행복감을 추구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너무 짜거나 달거나 기름진 음식을 자꾸 먹으면 장내세균 균형이 무너진다.

음식에 대한 욕망은 대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상당부분은 장에서 시작된다.

우리 몸에는 1kg이 넘는 세균이 사는데 80%는 장에 있다.

이러한 장내세균은 소화능력과 호르몬 균형은 물론 기분과 특정 음식에 대한 욕망까지 좌우한다.

수백여 종의 장내세균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 따라 세력균형이 달라지는데, 어떤 세균은 섬유질을 좋아하고 어떤 세균은 특정 지방을 선호한다.

의학 연구에 따르면, 일본인의 장에서는 해초류 소화를 돕는 세균이 발견됐고, 아프리카의 한 소년의 장에서는 그 지역 곡물의 섬유질 소화를 돕는 장내세균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장내세균은 우리와 공생하면서 육체적·심리적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

우리의 젓가락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장내세균의 세력판도가 달라진다. 불량식품을 자주 먹으면 불량식품을 선호하는 장내세균이 흥하고 그 결과 불량식품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해진다.

(사진=THOMAS BREGARDIS/AFP/Getty Images)

 

호르몬 불균형

호르몬 부족 역시 음식에 대한 강한 욕망을 일으킬 수 있다.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면 세포의 포도당 흡수율이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식사하고 나서 혈액 속 인슐린의 포도당 반응이 느려지는데, 단것이 매우 당기고 단것을 먹으면 기운이 나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고 결국 혈압과 포도당 수치가 높아진다.

이는 결과적으로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나타난다.

심리적·육체적 균형이 무너지고 음식에 대한 욕망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자연 요법가 진코프는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1. 배고픔에 현명하게 대처하라

당신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개입해야 한다. 배고프다고 덥석대고 먹을 것이 아니라 콘트롤 해야 한다.

우선 배고픔을 인정하라. 다이어트한다고 굶거나 샐러드만 먹고 버티다가 혈당이 떨어지고 밤이 되면 식욕에 쉽사리 사로잡힌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매끼 단백질, 섬유질, 건강한 지방산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이러한 필수영양소는 장기간에 걸쳐 무너진 우리 몸의 시스템을 서서히 회복시킨다.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산은 뇌 건강을 개선한다.

섬유질은 유익한 장내세균을 활성화하고 몸속 독소를 배출하며, 포만감과 만족감을 준다. 식사 후 디저트를 찾는 일도 줄어든다.

  1. 스트레스를 다른 방법으로 풀어라

음식에 대한 욕망이 치솟는 주요인은 스트레스다. 사람들은 단것, 맛난 것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푼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푸는 다른 방법을 찾아내면 음식에 대한 욕망을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운동이다.

운동에 명상·인지행동요법 등을 병행하면 우울·초조·중독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이고 싶다면 최소한 하루 20~30분은 운동해야 한다.

처음부터 목표를 너무 높게 잡을 필요는 없다. 스트레스가 느껴지면 나가서 가볍게 산책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By muriel amaury – originally posted to Flickr as Cheese cake de Jamie Oliver, CC BY 2.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0227437

 

  1. 비슷한 맛의 건강식품을 직접 만든다

먹고 싶은 음식을 직접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단맛·짠맛·매운맛 혹은 바삭한 식감을 원하는가? 건강한 식재료와 약간의 조미료로 욕구를 충족해줄 대체 식품을 만들어 먹자. 맛있게 먹으면서도 불량식품에 대한 집착을 줄일 수 있다.

“맛 좋고 영양 많은 간식을 만들어 먹으면 체내 화학적 시스템과 호르몬의 균형이 좋아진다. 행동과 습관도 달라진다.” 자연 요법가 진코프의 말이다.

온라인 요리학교 ‘해피 밸리피시(Happy Bellyfish)’ 설립자 아나스타샤 샤로바는 “욕망을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채우는 것만으로 입맛이 달라지고 나중에는 욕망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1. 인내심을 갖고 현실적으로 접근하자

음식에 대한 욕망에 수년째 시달리고 있는가? 그렇다면 일주일 안에 그것들을 떨쳐버릴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당신은 시간이 필요하다.

진코프는 “나는 피부 트러블로 짜증이 나면 밀가루 음식을 찾곤 했다. 어느 날 그 사실을 깨닫고 치즈케이크를 자제할 수 있게 됐다. 종종 실패하기는 했지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덧붙였다. “결국 지금까지 10년째 치즈케이크를 끊었다. 나빠진 몸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마침내 자제할 수 있게 된 그 느낌은 정말 짜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