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한 끼 ‘만 원’시대..점심값 무서운 직장인들의 고물가 생존법

By 연유선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은 외식 물가도 끌어올렸다.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까지 달라지고 있다.

여기다 무더위까지 겹치자 도시락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부담스러운 점심값을 줄이고 더위 속에서 식당에 오가는 시간까지 단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합뉴스
통계청

‘도시락’을 직접 준비하는 직장인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6월) 외식 물가 지수는 전년 누계 대비 6.7% 상승했다. 2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8대 외식 품목 가격이 연초에 비해 크게 올랐다. 메뉴 대부분이 1만원을 넘었다.

냉면은 4.7%(9808원→1만269원) 올랐고 삼겹살(200g)은 4.7%(1만6983원→1만7783원), 김치찌개백반 4.4%(7077원→7385원) 등의 오름폭을 나타냈다.

이 같은 고물가 영향으로 며칠 치 도시락을 미리 준비하는 ‘밀프렙족’이 늘고 있다. 밀프렙은 ‘Meal(식사)’와 ‘Preparation(준비)’의 합성어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에선 도시락 관련 상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위메프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4월8일~7월7일) 밀폐용기는 83%, 도시락 수저세트는 60%, 도시락통은 50%나 판매가 급증했다.

뿐만 아니라 ‘일주일 치 직장인 도시락 만들기’ 같은 유튜브 동영상도 조회수 수십만 회를 넘고 있다.

불티나게 팔리는 편의점 도시락

도시락을 직접 싸기 힘든 사람들은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도시락을 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국내 편의점 4사 도시락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대폭 상승했다. CU는 35.5%, GS25는 49.8%, 세븐일레븐은 40%, 이마트24는 48%의 상승 폭을 보였다.

매월 일정한 돈을 내고 도시락 20개를 받는 ‘구독 서비스’ 이용자도 크게 늘었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하나씩 사는 데 비해 50% 저렴한 가격으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이마트24의 할인 구독 서비스 이용 건수는 지난달 13~26일 기준 직전 같은 기간 대비 451% 증가했다.

연합뉴스

직장인들이 몰리는 ‘대형마트 델리코너’

도시락을 찾는 직장인들은 이제 대형마트 델리코너로도 몰린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이 어려워지면서 마트 간편식사류 가운데 초밥, 구이, 튀김 등 저녁·야식 메뉴 수요가 컸다. 그러나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이 풀린 반면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간편식사류 판매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 3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7월 샌드위치, 샐러드, 김밥 등 4000~5000원대의 간편식사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점심시간(오전 11시~오후2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늘었다.

롯데마트도 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진 6~7월 사이 델리코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늘었다. 품목별로 보면 도시락 20%, 샐러드 45% 등의 신장률을 보였다.

앞서 홈플러스에서도 지난 6월 18일부터 지난달 17일까지 한 달간 즉석조리식품을 판매하는 델리코너의 점심시간(오전 11시∼오후 2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늘었다. 샌드위치·샐러드 카테고리 매출도 172% 증가했다.

연합뉴스

매출 급상승한 ‘회사 구내식당’

비교적 저렴한 구내식당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한 것은 물론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자율배식, 이동시간 최소화 등 다양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관공서, 기업의 구내식당 식권 가격은 4000~6000원대로 냉면 가격이 1만원을 넘어서는 일반 식당의 식비보다 50% 가량 저렴하다.

구내식당 이용객 증가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국내 한 대형 급식업체의 수도권 오피스 구내식당 4, 5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5%, 19.4% 증가했다.

업체 관계자는 “4월부터 재택근무에서 출근으로 전환한 회사가 늘었다. 여기에 최근 가파른 물가상승으로 직장인들의 구내식당 이용이 증가한 결과로 분석된다”고 했다.

국내 주요 단체급식사들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대기업 계열사 5곳이다.

국내 5위 규모의 기업체 구내식당 운영사인 신세계푸드는 “올해 상반기 기업 구내식당 사용자수가 전년 동기간 대비 15% 늘었다”고 전했다.

1분기에는 8% 상승에 그쳤으나, 물가인상이 본격화 한 2분기 구내식당 사용자수는 전년 대비 26% 뛰었다는 설명이다.

CJ프레시웨이도 2분기 들어 오피스 경로 단체급식 사용자수가 많게는 9.4%까지 늘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