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명 거느린 ‘족장’이 캐나다서 정원사로 일하는 이유

By 이 충민

아프리카 가나에서 6000명의 부족민을 거느린 족장이 ‘왕권’을 포기하고 캐나다에서 정원사로 일하게 된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가나의 아칸(Akan) 부족 족장인 에릭 마누(Eric Manu)는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서 정원사로 일하고 있다.

캐나다 매체 CTV에 따르면, 가나에서 캐나다인 여성과 결혼해 3년간 캐나다에서 살았던 마누는 전 족장이었던 삼촌 댓(Dat)이 2015년 67세에 세상을 떠나자 부족으로 돌아가 족장을 승계 받았다.

하지만 마누는 곧 족장으로서 누려야 할 지위를 ‘포기’하고 말았다. 부족민들이 너무 가난해 공부도 할 수 없고 의료 서비스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을 지켜만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그는 캐나다로 돌아와 정원사로 일하면서 번 돈으로 학용품과 의약용품 등을 구입해 꾸준히 고향에 보내고 있다.

마누가 보낸 물품을 받는 부족민들(Eric Manu’s Facebook page)

일부 밴쿠버 시민들이 정원사로 일하는 마누를 보고 “당신, 그 족장 아닌가요? TV에서 봤는데 정원사로 일하세요?”라고 아는 척 하기도 했다. 마누는 이에 대해 “저는 제 상사를 위해 일하는 것에 자부심이 있습니다”라고 CTV와의 인터뷰에서 대답했다.

마누는 인터뷰에서 “저는 부족을 관리할 때는 진지하지만 부족민들이 필요로 한다면 어디에서든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융통성이 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정원에서 일하고 있는 마누(CTV)

그는 이어 “저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며 그들(부족민)은 제게 달려 있습니다”라며 “이 같은 책임감을 저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켰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저희 마을이 ‘제2의 캐나다’가 되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라고 기원했다.

마누가 전통 족장 복장을 입고 인터뷰를 받고 있다(CTV)

CTV 뉴스는 자신의 부족민에게 더 나은 생활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마누를 ‘개념 있는 왕족(royal family)’으로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