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에 中경제 크게 ‘휘청’

By 이 충민

미중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경제에 심상치 않은 징후들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압박이 지속되자 재무적 건전성이 부족한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급증하고, 중국 경제부처 내에서 서로 비난전에 나서는 등 중국 경제가 비틀리는 조짐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올해 중국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규모가 9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중국 채권액이 ‘풋옵션’ 채권까지 고려하면 최대 5조3000억 위안(약 90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들어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 규모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 기업이 갚지 못한 공모채권은 165억 위안 규모로, 디폴트 규모가 사상 최대였던 2016년 207억 위안의 80% 수준에 달한다.

중국 기업의 채무불이행 규모가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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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중국 정부도 부채 축소보다는 고삐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중국의 경제매체들은 19일 인민은행이 대출 및 회사채 투자를 확대하라는 지시를 시중은행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은 2015∼2016년 금리가 최저점에 다가서자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 시스템 밖의 ‘그림자 금융’을 이용해 공격적으로 자금을 차입했지만 중국 정부가 2016년부터 부채 축소 정책을 펴나가고 그림자 금융 단속에 나서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온바 있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중국에서 이 같은 ‘정크 본드’로 인식되는 신용 등급 ‘AA+’ 이하 기업의 회사채에도 투자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중국 내에 디폴트 우려 급증으로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인민은행이 직접 시장 개입에 나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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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가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자 중국 경제부처간에도 격렬한 비난전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 재정부 산하 재정과학원이 중국재정정책 보고서에서 2017년을 ‘적극적 재정정책의 효과가 뚜렷했던 해’로 평가하자 인민은행 쉬중(徐忠) 연구국장이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해 이를 비난했다.

쉬 국장은 기고문에서 “재정 투명도가 충분하지 않고 정보공개도 대충대충이며, 공공기관 감독도 미흡하다”며 재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중국 재정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칭츠(靑尺)라는 필명의 한 재정부 직원은 기고문을 통해 “금융기관들이 지방채 대란 사태에서 공범, 또는 종범 역할을 수행했다”면서 인민은행이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을 비판하는 와중에 “중국 통화는 급락하고(dropping like a rock) 있다”며 달러 강세가 “우리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며 더욱 강한 압박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