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뭘 봤을까..美 최대 낙태기구 ‘가족계획협회’ 책임자 실화 그린 영화 ‘언플랜드’

실화를 바탕으로 가족사랑을 그린 영화가 미국에서 평론가들의 예상을 깨고 흥행하고 있다.

미국 민간 비영리단체 ‘가족계획협회’ 책임자였던 여성이 낙태반대론자로 변신하게 되는 과정을 다룬 영화가 주말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2주째 선전하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퓨어플릭스가 600만 달러를 들여 제작한 영화 ‘언플랜드(Unplanned)’가 지난 3월 29일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주간순위 8위(4월 5~7일 기준 320만 달러, 누적 1250만 달러)를 기록했다.

퓨어플릭스 CEO 마이클 스콧은 4월 8일 발표한 자료를 통해 “이 영화는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면서 “이 영화가 미국 전역에서 국가적, 지역적으로 낙태반대운동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또 “영화 한 편이 이렇게 많은 관객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을 보면, 이 주제를 관객들에게 제시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언플랜드가 순탄한 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언플랜드는 낙태 과정을 묘사한다는 이유로 심의기관으로부터 ‘R’ 등급을 받아 주요 케이블 채널 방송에서 광고를 거부 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트위터 측은 실수라고 밝혔지만, 개봉 다음 날 영화의 트위터 계정이 정지되기도 했다.

영화 ‘언플랜드’ 스틸컷

1시간 만에 해당 트위터 계정이 복구되기는 했지만, 해당 계정에서 팔로우 버튼을 클릭했던 네티즌들의 트위터 계정이 다시 설정되면서 언플랜드 계정을 팔로우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 4월 1일, 언플랜드의 주인공인 여배우 애슐리 브래처는 “내 영화를 내가 팔로우할 수 없다고? 트위터에서 날 막고 있다니!”라고 트위터를 통해 불만을 표시했다.

네티즌들은 트위터의 해명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영화에 대한 의도적 방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 이러한 논쟁 덕분에 언플랜드에 대한 관심이 커져갔다. 결과적으로 3월 29일 6천 명을 밑돌던 언플랜드의 트위터 계정 팔로워 수는 4월 8일 35만 명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 영화는 텍사스 소재 가족계획협회 책임자였지만 실제 낙태 과정을 지켜본 뒤 낙태반대론자로 활동하는 애비 존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존슨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영화의 성공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의 친구와 가족, 특히 낙태를 옹호하는 사람들을 영화관에 데려왔다는 점에 크게 고무됐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언플랜드가 사람들에게 낙태를 고려하지 못하게 하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영화 ‘언플랜드’ 실제 주인공 애비 존슨 /’언플랜드’ 공식 트위터 캡처

가족계획협회가 낸 2017-2018 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이 조직은 미국 최대 낙태시술 기관으로, 매년 33만 건 이상의 낙태를 실시하고 있다.

그 외에도 유방 검사, 자궁 경부암 검진, 임신 검사, 피임 시술 등도 다루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두번째 연방 대법관을 임명해 대법원의 균형이 5대 4로 보수화됨에 따라 낙태 이슈가 더욱 큰 주목을 받게 됐다.

2019년 2월 5일, 연방 대법관 닐 고서치와 브렛 캐버노가 미국 국회의사당 내 미국 하원 회의실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연두교서 발표에 참석하고 있다. /Doug Mills-Pool/Getty Images

공화당 강세의 9개 주가 낙태를 제한하는 법안을 진행 중이다.

이 법안들은 연방법원에서는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미국에서 낙태를 헌법에 의해 인정한 대법원 판례)에 따라 위헌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해당 주들은 이 이슈를 연방 대법원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민주당 강세인 몇몇 주들은 ‘로 대 웨이드’ 판례가 뒤집히더라도 쉽게 낙태할 수 있도록 임신 말기 낙태에 대한 제약을 최소화해 출생 직전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제안하거나 통과시켰다

페트르 스베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