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시민들, 굶주림에 수의과대학 말 잡아먹어

By 이 충민

베네수엘라의 경제난이 극심화되면서 수의과대학에 도둑이 들끓고 있다. 대학이 기르는 동물이 굶주린 시민들의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중앙대 수의과 학생들은 최근 캠퍼스에서 조촐한 장례식을 치렀다. 학생들이 죽음을 애도한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미스 컨제니얼리티’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말이다.

이름을 부르면 몸짓을 할 정도로 영리해 학교에서 사랑을 한몸에 받던 ‘미스 컨제니얼리티’는 최근 돌연 사라졌다.

수색에 나선 학생과 교수들이 인근에서 ‘미스 컨제니얼리티’의 앙상한 뼈만 발견했다. 고기를 노린 시민들에게 희생된 것이다.

말의 죽음을 최초로 확인한 학생 라파엘 토로는 “뼈를 보고 통곡을 했다”며 “친구들도 모두 엉엉 울었다”고 말했다.

임파르시알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서 말을 잡아 고기를 내다 팔면 1400달러(약 156만원) 정도를 벌 수 있다.

수의과교수 다니엘 베르가스는 “베네수엘라 국민은 원래 말고기를 먹지 않는다”며 “수의과대학의 동물을 노린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앙대 수의과에선 지금까지 소 7마리, 말 2마리 등이 희생됐다. 모두 밤에 침입한 ‘고기도둑’이 벌인 사건이었다.

굶주리고 있는 베네수엘라 동물원의 퓨마(연합)

한편 식량난을 겪고 있는 시민들은 동물원도 습격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북동부에 위치한 ‘줄리아(Zulia)’ 동물원에서는 맷돼지의 일종인 목도리 페커리, 버팔로 등 10여종의 동물들이 사라지거나 토막난 채 발견되기도 했다.

술리아 주 산프란시스코 마을의 동물원도 40여 마리의 동물이 도난당한 후 문을 닫은 바 있다.

한편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경제난으로 나라를 떠난 사람들이 2015년 이후 300만 명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