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 익사했다고 추정되는 중국 터널 침수사고에서 탈출한 생존자의 증언

By 윤승화

“터널 벽에 설치된 파이프에 매달렸습니다. 터널 천장에 뚫린 환기구로 탈출할 때는 터널 천장까지 물이 차오르고 있었습니다”

지난 20일 중국 정저우시에서 폭우로 시내 중심부에 있는 징광터널이 약 5분 만에 물에 완전히 잠겼다.

해당 터널은 지하 터널인 데다 침수 당시 교통 혼잡 상태로 차들이 빽빽이 서있던 상황이었다.

중국 정부 발표에 따른 사망자는 4명이다. 하지만 이는 중국 정부의 은폐이고, 실제 사망자와 실종자는 수천 명이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고 당시 터널에 있다가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생존자들이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리(가명) 씨와 자오(가명) 씨는 “우리가 터널에 막 진입할 때까지만 해도 물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리씨와 자오씨는 또 다른 동료 1명과 함께, 총 3명이서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터널에 진입하는 순간 갑자기 차량 뒤쪽에서 물이 밀려왔고, 터널 내부 하수구에서도 물이 마구 올라오기 시작했다.

운전대를 잡고 있었던 리씨는 “우리 앞쪽으로 차가 70~80대는 돼보였고, 우리 뒤로도 차가 많았는데 다른 차들도 당황한 것 같았다”고 했다.

세 사람은 차에 탄 채 구조기관에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고, 그대로 기다릴 수만은 없어 탈출을 시도했다.

차 문을 열고 내리면 물살에 휩쓸릴 수 있다고 판단한 이들은 선루프를 열고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 순간, 차가 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떠오른 차는 물살에 밀려 순식간에 경사진 터널의 더 깊은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만큼 물살이 세찼다.

이에 세 사람은 터널 내벽과 천장이 만나는 모서리 부근에 설치된 파이프라인을 움켜쥐며 차를 버리고 매달렸다.

그러자마자 터널은 정전이 돼 사방이 암흑으로 변했다.

이미 발은 바닥에 닿지 않았다. 터널 꼭대기에서 바닥까지는 7~8미터 높이였다.

실제 이들의 탈출 모습 / 웨이보 캡처

세 사람은 파이프를 붙잡고 조금씩 터널 입구 쪽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윽고 하늘로 뚫어놓은 터널 환기구에 당도했다. 그곳으로 빠져나갈 때는 이미 물이 터널 천장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세 사람이 환기구로 터널을 탈출하는 장면은 마침 터널 주변 육교에 있던 시민들이 촬영했고, 이는 세 사람의 생존담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사고 발생 나흘 후 터널 물이 빠진 24일, 터널 안에서는 차량 총 265대가 뒤엉킨 채 발견됐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사망자는 4명이고 다른 운전자들은 대부분 성공적으로 탈출한 것 같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