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식신’ 촬영지였던 홍콩 유명식당 ‘점보’, 46년 역사 뒤안길로

By 이서현

주성치 주연의 영화 <식신> 등 다수 홍콩영화에 등장하며 홍콩의 대표적인 식당으로 여겨졌던 해상식당 ‘점보'(중국명: 진보해선방)가 운영난으로 폐업했다.

점보는 지난 14일 정오께 예인선, 호위선과 함께 정박 중이었던 애버딘 항을 떠나 홍콩 영해를 벗어났다. 홍콩 시민들은 세계 최대 해상식당이 떠나는 마지막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두기 위해 몰려들었다.

1976년 10월 개장한 점보는 46년간 운영되며 홍콩의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해왔다. 2000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규모와 화려함으로 <용쟁호투>, <무간도2> 등 수십편의 영화에 배경으로 활용됐다. 할리우드 영화의 홍콩 장면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와 홍콩의 정치적 경제적 격변으로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2020년 3월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이후 새로운 주인을 찾았으나 나타나지 않았고, 식당을 기부해 해양공원으로 재활용하는 방안도 몇몇 기업·기관과 논의했으나 거액의 사업비로 모두 무산됐다.

홍콩을 떠나긴 했지만, 점보의 목적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점보 모회사인 홍콩자음식기업은 동남아에 정박할 곳을 물색 중이지만 마땅한 곳을 찾진 못한 상태다.

홍콩 언론들은 ‘홍콩의 상징’이 또 하나가 사라졌다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점보의 떠나는 길을 배웅한 홍콩 시민들도 추억이 서린 곳이 없어지게 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