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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유괴당한 부모들이 건 ‘심자점(尋子店, 아이를 찾는 가게)’ 간판. 중국 각지에서 이런 간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
中 행방불명 미아, 20만 명은 어디에 – 대부분 유괴돼…되찾을 확률 0.1%
[대기원] 지난 7월 14일 미국의 영화전문채널 HBO는 다큐멘터리 영화 ‘도둑맞는 중국의 아이’를 방영했다.
영국의 영화 감독 제자 뉴먼 (Jezza Neumann)이 제작한 이 영화는 중국의 아동 실종 문제를 다뤘다.
영화는 원난성에 거주하는 한 부부가 탐정을 고용해 유괴된 다섯 살배기 아들을 찾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작진은 어렵사리 인신매매업자를 만난다. 그들은 유괴 수법을 담담하게 소개하면서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유괴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유괴의 원인은 중국의 ‘1가구 1자녀’ 정책에서 비롯됐다. 남아 선호사상이 강한 중국인들 중 일부는 유괴를 해서라도 아들을 키우기를 원하고, 인신매매단은 이런 수요를 총족시키고 있다. 매년 이렇게 사라지는 아이들은 20만 명에 이른다.
중국에서 실종된 아들의 대다수는 유괴된 것이지만 당국은 전단지를 붙이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으며, 수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드물다. 행방불명된 후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는 아이는 전체의 0.1%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몇 가지 단서에 의지해 전 재산을 쏟아 부으며 전국 각지로 찾아 다닌다.
4살 아들 찾는 펑가오펑씨
후베이성에서 살다 광둥성 선전시로 나온 농민공 펑가오펑(彭高峰)씨 부부도 그 중의 하나다.
펑씨는 시내에서 작은 가게를 꾸리고 있다. 4살 난 아들 러러(樂樂)와 함께 단촐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25일 저녁 7시 30분 경, 가게 앞에서 놀던 러러가 사라지면서 모든 행복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펑씨는 즉시 지역 경찰 출장소에 신고했지만 신고 요건이 불충분하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친척과 친지를 동원해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어떠한 단서도 얻을 수 없었다. 마을 인근에 설치되어 있던 감시 카메라에서 단서를 찾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펑씨는 지역 정부가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자 아이를 실종한 부모 6명과 함께 중앙 정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기 위해 베이징으로 갔다. 하지만 정보가 누설됐는지 베이징역에서 잠복해 있던 현지 경찰에 체포돼 강제송환됐다.
현지 경찰은 그제서야 감시 카메라를 분석했다. 결과 러러가 유괴되는 장면이 발견됐다. 펑씨는 “범인은 30세 전후의 검은 자켓을 입은 남성으로 아들이 온 힘을 다해 저항했지만 결국 끌려갔다”며 지금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수사는 더 이상 진척이 없었다. 그보다는 경찰의 수사 의지가 없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유괴 사건은 검거율이 낮아 인센티브를 지급받을 확률도 낮고 수사가 힘들기 때문에 경찰이 꺼린다. 펑씨는 범인의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10만 위안의 현상금을 걸었다. 중국 농민공의 연 평균 소득이 9천 위안 미만인 점을 감안할 때 펑씨는 10년치 소득과 바꿔서라도 러러를 찾고 싶었던 것이다.
4개월 동안 펑씨는 전국 각지를 돌아 다녔다. 그 사이 같은 처지의 부모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고, 실종 아동 찾기 상조회를 만들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천 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했고 자원봉사자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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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유괴당한 부모들이 건 ‘심자점(尋子店, 아이를 찾는 가게)’ 간판. 중국 각지에서 이런 간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
인신매매범 좌시하는 경찰
펑씨는 당국이 어떠한 도움을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며 자신이 겪은 일을 들려줬다.
펑씨가 광시성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유괴범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모 언론사의 기자와 함께 아이를 ‘사는’ 사람으로 가장해 인신매매단에 접근했다.
매매업자는 가정집에서 4살 된 여자아이와 10개월 된 사내 아이를 데려 왔다고 소개했다. 펑씨는 즉시 현지 경찰에 매매업자를 신고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경찰은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 동행한 사람이 기자라는 사실을 알고서야 2명의 아이를 구출해 왔지만, 잠시 후 경찰은 아이들을 찾는 부모를 발견하지 못했고 DNA가 일치해야 한다며 아이들을 매매업자에게 돌려줬다. 펑씨는 이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다시 팔려간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렸지만 허사였다.
펑씨는 운영하는 상점의 간판을 내리고 ‘심자점(尋子店, 아이를 찾는 가게)’이라는 간판을 바꿔 달았다. 간판에 “러러야 아버지는 결코 단념하지 않는단다. 땅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너를 찾아내겠다”고 적었다. 펑씨에 따르면 전국에는 비슷한 간판을 단 상점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불구로 만들어 구걸시키기도
실종된 아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펑씨는 광둥성에서 실종된 아동의 상당수는 광둥성 차오산(潮汕)지역으로 팔려 간다고 한다. 이 지역은 남존여비 사상이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 있다. 한 언론사의 기자가 이 지역 족장에게 “남의 아이를 사는 것에 대해 거부감은 없는가”라고 물었다. 족장은 ”전혀 없다. 대를 이을 아들이 없다면 사도 좋다. 그렇지 않으면 이 가족은 계속 기죽은 채 살아야 한다”고 태연히 대답했다.
이외에 소위 앵벌이로 팔려가는 아이도 상당수다. 앵벌이 업자는 아이를 사서 장애인으로 만든 뒤 구걸하게 한다. 멀쩡한 아이를 불구로 만드는 이유는 불쌍해 보여야 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 아이는 꽃을 파는 일을 주로 하며 자라서는 매춘을 강요당하기도 한다. 업자는 아이들을 수시로 폭행하고 밥을 굶기는 등 학대를 서슴지 않는다. 이런 일은 중국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탄광에서 발견된 ‘노예 아동’
지난 해 6월 5일 중국의 대하논단(大河論壇)이라는 사이트에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허난성의 아버지 400여 명이 서명한 구원장이 올라왔다.
구원장에는 아버지들이 우여곡절 끝에 산시성의 한 탄광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아이들을 찾아낸 사실이 담겨 있었다. 이후 2개월에 걸친 노력 끝에 40명의 아이를 구출할 수 있었다.구원장에 서명한 한 아버지는 “허난성 출신 아이들만 구할 수 있었다. 당국은 후베이성이나 쓰촨성 아이들은 못 데려가게 했다.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아이들은 1명당 500위안(8만 2천원)에 탄광으로 팔려왔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각지에서 유사한 사례가 적발됐고 구출된 아이도 일부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영국 주간 옵서버는 올해 초 관련 보도를 통해 중국에 아동 유괴와 매매가 빈발하는 이유는 ‘한 자녀 정책’에 있다면서 “중국 당국은 비판을 피하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못 본 척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펑가오펑 씨를 비롯한 실종 아동의 부모들은 오늘도 거리를 헤매고 있다. “도대체 누가 우리 아이를 찾아줄 수 있는가, 누가 우리 아이를 지켜주는가” 비명에 가까운 그들의 호소는 오늘도 허공을 맴돌 뿐이다.
이원경 기자
등록일: 2008년 09월 0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