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들도 무서웠을 텐데…” 이태원 현장서 무릎 피나도록 CPR 하며 구조 작업 동참한 ‘시민 영웅들’

By 안 인규

“CPR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자 바로 뛰쳐나온 시민들, 돌아가신 분들의 손을 모아달라고 요청한 간호사, 일면식도 없는 많은 고인의 손을 모아드린 시민, 현장에서 힘을 합쳐 사람들을 위로 빼내서 구한 사람들…”

154명의 사망자, 중상 33명을 포함한 149명의 부상자를 낸 이태원 참사.

아비규환의 현장에서도 최대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피와 땀을 뒤집어쓴 숨은 영웅들이 있었다.

지난 29일 현장을 목격하고 경찰에 첫 신고를 했던 이태원 참사의 최초 신고자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들) 전부 다 심폐소생술이었다”며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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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신고자가 신고한 이날 밤 10시 9분, 신고자에 따르면 구조대원들이 도착했으나 피해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역부족이었다.

그러자 곧바로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구조 작업에 뛰어들었다.

신고자의 경우 심폐소생술(CPR)을 할 줄 알았고, 이에 신고자도 구조 활동에 동참해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번갈아 하며 몇 사람을 보살폈다.

이에 더해 신고자는 “이태원에 놀러 와 있던 의사랑 간호사가 많았다”며 이들 또한 곧바로 구조 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둔 희생자도 많았다. 신고자는 “어떤 간호사 분이 사망자들 손을, 손이 굳는다고 반드시 모아달라고 했다”면서 “그래서 손을 많이 모아드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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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캡처

이와 관련 인근에 있다 참사 발생 후 곧바로 현장에 달려간 현직 의사 이범석 씨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구조대원 인력이 부족해서 시민들이 많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저뿐만 아니라 주변 다른 의사나 간호사도 투입돼 같이 했다. 주변 시민들도 다 와서 피해자 한 명 한 명 CPR을 1시간 이상 진행했다”고 했다.

이어 “시민들이 적절한 대응을 했다. 다리를 주물러주고, 옷이나 신발을 벗겨주고, 기도를 확장해주고, 피도 닦아주고, 같이 옮겼다. 아무도 떠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참사 현장에 있다 다리 부상을 입은 한 사고 당사자는 MBC에 “일반인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분장한 시민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와서 깔려 있던 사람을 날랐다”고 전했다.

실제 당시 시민들이 찍은 많은 영상을 살펴보면, 현장에서 한 시민이 “CPR 할 줄 아시는 분들 나와서 도와달라”고 요청하자 많은 시민이 바로 뛰쳐나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건물 위에 있던 시민들이 힘을 합쳐 밑에 깔린 사람들을 끌어올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우리나라 시민들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외국인들까지 피해자들을 둘러업고 구급차로 나르며 한 마음으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비극적인 참사다. 수많은 사람이 무고하게 희생됐다.

이런 가운데에도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일처럼 발 벗고 나서며 피와 땀을 뒤집어쓴, 얼굴 없는 의인들이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