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기도, 꽤 비슷하기도” 100년 전 상상한 오늘날의 모습

By 정경환

“공간 이동은 500년 후쯤, 동물과의 대화는 100년이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흔히 현대 사람들이 미래를 상상하며 이와 같이 대답하곤 한다.

그렇다면 100년 전 사람들은 100년 후의 모습을 어떻게 상상했을까?

1899년 장-마르크 쿠티(Jean-Marc Côté)가 그린 프랑스의 2000년대(France in the 21st century)는 처음 담뱃갑에 인쇄돼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쿠티의 상상화 중에서 눈에 띄는 몇몇 작품을 선별하여 소개한다.

 

  1. 하늘을 나는 소방관
wikipedia commons

당시에도 엘리베이터의 발명으로 4~5층 이상의 고층 건물이 들어섰다. 이에 작가는 효과적인 고층 화재 진압 방법을 상상했고 그것이 바로 날개를 단 소방관이었다.

소방관이 호스를 들고 날아가 불을 진화하고 인명을 구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가의 예측인지 아니면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림에서 프랑스 특유의 건축 형태가 100년 후인 현재에도 잘 유지된 점이 눈에 띈다.

 

  1. 영상통화
wikipedia commons

축음기로 보이는 스피커 장치와 마이크, 그리고 영사기를 사용해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시리즈와 먼 곳에 떨어진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인류의 염원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스피커와 마이크 등 전자 기기를 손톱만큼이나 작게 만들어낼 기술은 상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 자동 청소기
wikipedia commons

쓸고 닦는 등의 집안일은 당시에는 더욱 큰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작가는 큰 욕심 없이(?) 빗자루 솔을 전기 기계에 결합해 자동으로 먼지를 쓸어내는 장치를 생각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장치를 컨트롤하기 위해 옆에서 사람이 전선을 잡고 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1. 건물 짓는 기계
wikipedia commons

수십 수백 명이 필요한 건설 현장에서 단 한 명의 사람이 조종실에 앉아 기계를 조작하고 있다. 그러면 건물을 짓는 기계가 돌을 깎아 벽돌을 만들고 이를 차곡차곡 쌓아 올려 건물을 완성한다.

벽돌을 쌓아 빌딩을 짓지 않는 요즘과 비교해 보면 이 장치는 현대의 크레인과 유사한 느낌을 준다.

 

  1. 장어 레이싱
wikipedia commons

태평양 깊숙한 곳에 모여든 사람들 앞에서 멋진 레이싱 경기가 펼쳐진다.

장어와 대화할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된 것일까 아니면 장어의 뇌를 조종할 수 있는 장치를 사용한 것일까.

알 수 없는 방법을 통해 거대한 장어를 조종하며 바닷속을 가르는 장어 레이싱 대회는 마치 동화 속 어떤 이야기처럼 보인다

 

  1. 지식 주입 장치
wikipedia commons

학교에 모인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 칠판 앞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헤드셋처럼 보이는 장치를 쓰고 있다.

앞에서는 선생님으로 보이는 어른이 책을 기계에 넣고 있고 책 속의 지식이 전류를 타고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것처럼 보인다.

뇌를 자극해 지식을 주입하는 기계라면 좀 끔찍해 보이기도 하지만, 책의 내용을 스캐닝해서 음성으로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장치라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지금 보면 엉뚱해 보이기도 하는 이 상상화들은 우리에게 단지 예술적 즐거움뿐만 아니라 당시에 생활상을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한편으론 우리가 미래를 상상하는 데에 있어 마치 ‘현재의 틀을 깨고 상상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