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잘 몰라서” 사고 13년 만에 보험사 소송으로 수억 원대 빚 떠안은 가족

By 이서현

한 교통사고 사망자의 유족들이 사고 13년이 지난 후 이뤄진 보험사의 소송으로 억대 빚을 떠안게 됐다.

9일 JTBC 뉴스는 13년 전,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고 4억을 넘는 빚을 지게 된 가족을 사연을 전했다.

지난 2000년 2월 14일 새벽,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도로 공사 뒤 남은 돌가루에 차가 미끄러지면서 교통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운전자였던 김씨를 포함해 4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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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DB손해보험은 보험이나 재산이 없는 김씨의 유족 대신,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에 따라 정부 위탁을 받아 숨진 동승자 유족들에게 1억 8000만 원을 지급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은 자동차 책임보험 금액 중 일정 액수를 적립해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사회보장제도다.

뺑소니나 무보험 자동차 사고 등으로 피해자가 보상을 받을 수 없을 때 국가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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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2년이 지난 후 DB손해보험이 김씨 유족들에게 해당 보험금을 갚으라는 지급 명령을 보냈다.

유족들은 과거 무료법률상담을 통해 보험금 청구 관련 소멸시효가 지나 크게 걱정할 것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 DB손해보험의 지급 명령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이듬해인 지난 2013년 열린 정식 재판에 참석하지 못했다.

재판에서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주장만 했어도 승소할 수 있었지만, 법률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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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법원은 어머니가 6000만원, 막 성인이 된 두 딸과 고등학생인 막내딸이 각각 4000만원으로 총 1억8000천만원을 갚으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를 변제하지 못하면 해마다 20%의 이자를 내야 했고, 결국 이자가 불어나면서 김씨 가족의 빚은 4억4000만원이 됐다.

김씨의 막내딸은 ‘계좌가 갑자기 압류됐다. 언제 돈을 뺏길지도 모르고, 매일을 조마조마하게 살고 있다. 어머니는 자기가 무지해서 저희한테 빚을 짊어지게 했다고 정말 미안해하신다”고 토로했다.

김씨 가족의 사례가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소멸시효가 지난 사건에 대해 보험사가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 딸들이 성인이 되기를 기다린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6일 유뷰트 채널 ‘한문철TV’를 통해서도 이 사건을 다뤘던 한문철 변호사는 “소멸시효가 지나기 전에도 보험사에서 유족이 형편이 어려워 돈을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며 “보험사에서 시간이 지난 후 찔러보기 식으로 소송을 제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김씨 가족의 채권을 없앨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