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이툰부대가 이라크 파병되며 불러온 놀라운 결과

By 윤승화

한국 자이툰부대가 이라크로 파병되자, 이라크에서 제일 가난했던 지역이 제일 부유한 지역이 됐다.

2004년 2월 23일 창설해 2008년 12월 20일 해체한 대한민국의 자이툰부대는 9·11 테러로 촉발된 이라크 전쟁에 한국이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파병한 부대다.

자이툰부대의 파병지인 아르빌은 이라크 정부에 박해받는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자치정부가 있는 도시다.

박해받았던 만큼 궁핍했던 지역이, 한국 자이툰부대가 오고 나서 제일 부유한 지역이 됐다.

과연 어찌 된 일일까.

아르빌 전후 모습 / 온라인 커뮤니티

사실 이라크 파병은 당시 국민들의 많은 반발을 샀다.

그러나 우방국인 미국의 파병 요청에 결국 대한민국 정부는 평화 유지와 재건을 임무로 하는 자이툰 부대를 창설하여 파병했다.

그러자 이번엔 미국이 반발했다.

전투병을 파병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한국이 전투병을 파병해 이라크 북중부 지역을 담당해주길 원했다. 이 지역은 이라크 전쟁에서 최대 접전 지역이었다.

당시 대통령이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관련 메모 기록 / SBS 보도 화면 캡처

한국은 이곳에 우리 군을 파병하면 수백, 수천 명의 사상자만 낼 것이라고 판단해 거부했고, 앞서 언급한 쿠르드족의 자치지구 아르빌에 자이툰부대를 파병했다.

그것도 전투 목적이 아닌 전쟁으로 무너진 기반을 재건하는 목적으로 파병했다.

쿠르드족은 수십 년 동안 이라크를 통치한 독재자인 사담 후세인 정권 시기 탄압받은 이라크 내 소수민족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또 이라크에서도 자이툰부대의 쿠르드족 자치구 파병 사실에 크게 반발했다.

자이툰도서관 / 연합뉴스

이로 인해 한국은 이라크 파병의 대가로 유전(석유) 개발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물론 결론으로 말하자면 미국은커녕 그 어느 나라도 이라크 파병 대가로 유전 개발을 할 수는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파병된 자이툰부대가 한 일들은 이러했다.

마을 어린이들에게 축구공을 나눠줬다.

선비의 나라에서 온 군대답게 인턴쉽, 기술 자격증 등 현지 어린이들의 교육에 투자했다. 학교를 지어줬다. 도서관도 지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자이툰부대 소속 군인들은 현지 어린이들에게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선물을 줄 때는 기념품 하나를 주더라도 공손하게 두 손으로 전달하고 손을 잡아 주도록 교육받았다.

한국전쟁 때 미군들이 초콜릿이나 껌을 어린이들에게 마구 던져주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서였다.

보건소를 짓고 병원을 운영해 전쟁 중 다친 현지인들을 치료했다. 가진 것 없는 주민들은 감사를 표하기 위해 과일 등을 가져와 두고 갔다.

마을 곳곳에 묻힌 지뢰를 제거하고, 수도가 없어 물을 길어다 쓰는 주민들을 위해 상하수도를 만들어주고, 댐까지 지어줬다.

아르빌 전후 모습 / 온라인 커뮤니티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세금을 남 퍼준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전략이었다.

이라크 저항 세력들은 전투가 아닌 재건과 민심 안정에만 힘쓰는 한국군을 굳이 공격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지역 주민들과 한국군의 관계가 좋았기 때문에 저항 세력이 공격을 하여 한국군을 도발하려야 할 수도 없었다.

게릴라전의 특성상 군대와 지역민 간의 갈등이 커야 활동할 수 있는데 한국군이 주둔한 쿠르드 지역은 게릴라들이 설칠 수 있는 지역이 아니었다.

네이버 뉴스 화면 캡처

이렇게 도시 기반이 잡혀가고 치안이 유지돼 안정을 찾자 이라크 전역에서 전쟁을 피해 사람들이 몰려왔다.

번화한 도시가 되면서 경제적으로도 부흥하기 시작했다. 실제 부동산이 5년간 30배가 올랐다.

2010년대 통계에 따르면, 아르빌을 중심으로 한 쿠르드족 자치구는 이라크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부유한 지역으로 거듭났다.

이렇게 자리를 잡으면서 쿠르드 자치정부는 은혜를 갚듯이 한국에 108억 달러 가치의 재건사업을 수주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kurdistan24.net

돈보다 중요한 건 인명피해다.

이라크 전쟁으로 사망한 미군은 8,000여 명이다. 한국군 전사자는 총 1명(자살)이다.

쿠르드족은 자이툰부대가 철수할 당시 많이 슬퍼했다. 당시 투표 결과 주민의 84%가 자이툰부대 주둔을 찬성할 정도였다.

자이툰부대가 철수한 지 13년이 지났지만, 쿠르드 사람들은 자이툰부대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2019년까지 매년 한국 기념행사를 개최해 한복을 입고 케이팝 가수들의 노래와 춤을 따라 하는 등 우리를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