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2분’ 늦게 출발한 KTX, 심장이식 수술 기다리던 환자의 생명을 구했다

By 김연진

‘2분의 기적’이 한 환자의 생명을 구했다.

광주송정역을 출발해 광명역으로 향하는 KTX 열차가 출발 시간을 딱 2분 늦추면서 귀중한 생명을 살린 것이었다.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손에 땀을 쥐는 ‘골든타임 지키기 작전’이 기적적으로 성공한 덕분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지난 4일 인천 가천대 길병원에 입원해 8년째 치료 중인 ‘말기 심부전증’ 환자 A(41)씨는 심장 이식을 받기로 돼 있었다.

가천대 길병원

그는 인공 심장인 ‘좌심실 보조장치’까지 이식받았지만, 하루빨리 심장 이식을 받아야 목숨을 지킬 수 있는 환자였다.

그렇게 8년을 간절히 기다려온 끝에, 기적처럼 전남 모 병원에서 기증자가 나타났다.

이에 이날(4일) 저녁 8시 30분께 전남 모 병원에서 기증자의 심장 적출이 진행됐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었다.

예상보다 심장 적출이 늦어진 데다가, 심장을 옮기기로 했던 소방헬기가 강풍으로 인해 뜰 수가 없었다.

결국 의료진은 KTX로 광주에서 인천까지 심장을 이송하기로 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당시 가장 빨리 출발하는 열차는 광주송정역에서 오후 9시에 출발하는 KTX였다. 이 열차를 놓치면 무려 1시간 30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심장 적출 후 이식까지의 골든타임은 4시간.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조건 9시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야 했다.

이에 이순미 길병원 장기이식센터 실장은 광주송정역에 전화해 “9시에 출발하는 KTX 열차를 10분만 늦춰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이 소식을 접한 코레일 측은 역 광장부터 승강장까지 곳곳에 역무원을 배치, 신속한 장기 이송을 도왔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다행히 기증자의 심장은 예상보다 빨리 역에 도착했다. 출발 시간보다 ‘2분’ 늦은 9시 2분께 KTX 열차가 출발해 심장을 광명역까지 옮겼다.

심장은 광명역에서 앰뷸런스에 실려 오후 11시께 길병원에 도착했다. 이후 12시간의 대수술 끝에 심장은 A씨에게 이식됐다.

수술을 집도한 박철현 길병원 교수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밝혔다.

이어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협조해주신 코레일, 열차 출발 시간이 늦어져 기다려야 했던 수많은 승객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