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밤마다 ‘수영장 청소’하는 이유 알고 눈물 흘린 아들

By 김연진

지난 1997년 태어나 대전의 한 아기집 앞에 버려진 세진이에게는 참 없는 것이 많았다.

태어날 때부터 두 다리가 없었고, 오른손에는 손가락이 없었다.

가족도 없었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친부모에게 버림받았다.

친구도 없었다. 유치원에 가고 싶었지만 모두 거절을 당했고,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심한 따돌림을 당했다.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그런 세진이에게 엄마가 나타났다. 친엄마는 아니었다. 보육원 봉사활동을 다니던 양정숙씨가 세진이를 입양한 것이다.

자신의 품에 안겨 활짝 웃는 세진이를 놓을 수 없었던 그녀. 아이를 가슴에 품기 시작했다.

결국 양정숙씨는 세진이의 엄마가 되어주기로 결심했다. 주변에서는 모두 이를 반대했다. 그녀의 남편마저도 반대했다. 결국 양정숙씨는 남편과 이혼했다.

세진이에게는 큰돈이 필요했다. 매년 수천만원에 달하는 병원비, 그리고 다리를 대신해줄 ‘로봇 다리’를 교체하는 비용이 필요했다.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결국 엄마는 대리운전,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 등 온갖 일에 뛰어들면서 세진이를 돌봤다.

세진이는 꿈이 하나 있었다. 수영을 하고 싶다는 꿈. “하늘을 나는 기분이에요”. 세진이는 수영을 할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편견의 벽이 너무 높았다. 세진이를 받아주는 수영장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세진이가 수영장에 나타날 때마다 손님들은 환불을 요구했다. 심지어 어떤 손님들은 “재수 없다”, “더럽다”, “병 옮길 거 같다”고 막말을 했다.

엄마는 그렇게 매일 밤 수영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청소를 하는 대신, 세진이가 수영장을 다닐 수 있게끔 협의했다.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양정숙씨는 “수영장에서 매일 쫓겨났다”라고 힘겨웠던 순간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아들을 위해서라면 6시간이 넘도록 수영장 바닥을 닦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진이는 “처음에는 그걸 몰랐다. 매일 엄마 손이 밤만 되면 퉁퉁 불어서 오는 걸 봤다”고 전했다.

자신을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편견에 맞서 싸우려고 노력하는 엄마의 마음이, 어린 세진이의 마음을 울렸으리라.

엄마의 헌신과 노력 덕분에 세진이는 꿈을 향해 조금씩 한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매년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수영 선수가 되기 위해 땀을 흘렸다. 나라에서 특별한 지원이 없다 보니, 엄마가 직접 세진이를 업고 뛰어다니며 대회에 참가해야 했다.

힘들지언정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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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력이 빛을 발했다. 세진이는 ‘장애인 국가대표 수영선수 김세진’으로 성장했다.

2009 세계 장애인 수영선수권대회 개인 혼영 200m 금메달, 자유형 150m 금메달, 접영 50m 금메달. 모두 김세진 선수가 따낸 메달이다.

김세진 선수는 국내외를 넘나들며 각종 대회에서 150개의 메달을 휩쓸었다.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장애인 수영 꿈나무 선수와 성화 봉송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김세진 선수의 어머니인 양정숙씨는 학교나 시설을 찾아 강연,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특히 장애로 인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청소년들에게 상담을 해주고 있다고.

연합뉴스

양정숙씨는 지난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애는 극복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김세진 선수의 근황도 전했다. “세진이는 세계 여러 나라에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만나 꿈과 희망을 주고 싶어 한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세진이의 새로운 도전도 응원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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