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파양 당하다 안락사 직전에 구출된 유기견, 잊지 않고 있다가 7년 뒤 은혜 갚았다

By 안 인규

안락사 직전에 구출된 유기견이 이를 기억하고 있다가 7년 뒤 자신을 구조한 사람에게 은혜를 갚았다.

지난해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경찰은 경찰청장의 성명을 통해 “경찰견 ‘루비’가 12살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다넬 위버 로드아일랜드주 경찰청장은 “루비는 로드아일랜드 시민들을 위해 일생을 바쳤으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힘을 줬다”고 밝혔다.

이에 로드아일랜드주 시민들 외에도 미국 전역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강아지 단 한 마리만을 위한 애도였다.

루비는 대체 얼마나 유명한 경찰견이었던 걸까. 사연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루비는 유기동물보호소에 사는 유기견이었다. 그것도 다섯 번이나 파양된 유기견이었다.

MBC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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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가득한 보더콜리와 힘이 세고 덩치도 큰 셰퍼드의 믹스견인 루비는 당시 사고뭉치 문제견이었고, 이로 인해 다섯 번이나 파양됐다.

루비가 쫓겨나 보호소로 돌아올 때마다 루비의 곁에는 보호소 자원봉사자 패트리샤(Patricia Iman)가 함께했다.

루비가 생후 5개월에 보호소에 입소할 때부터 돌봐온 패트리샤는 열정을 뜻하는 보석인 루비라는 이름도 직접 지어준 인물로, 파양 당할 때마다 의기소침해지는 루비를 사랑으로 돌봐주었다.

패트리샤는 루비를 직접 입양하고 싶었지만 남편이 털 알레르기가 무척이나 심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럴수록 루비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보호소 규정에 따라 루비가 안락사 대상으로 결정된 것. 2주 안에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피할 수 없었다.

MBC 방송 화면 캡처
로드아일랜드주 경찰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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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는 사이 세상과 이별할 위기에 놓인 루비에 패트리샤는 “루비가 잘못해서 파양된 게 아니고 루비는 태어난 대로 행동했을 뿐”이라며 가슴 아파했다.

루비를 살릴 방법을 모색하던 패트리샤는 때마침 경찰에서 낸 경찰견 모집공고를 보고 “경찰견으로 입양되면 루비는 살 수 있다”고 아이디어를 냈다.

미국 K-9 경찰견은 경찰과 짝을 이뤄 마약탐지, 실종자 수색 등 임무를 수행하는 특별견이다. 경찰대원이 개를 입양해 가족이 돼 함께 훈련한다.

패트리샤는 수소문 끝에 함께 일할 파트너를 찾고 있던 다니엘(Daniel O’Neil) 경관을 찾아가 “매우 체력이 뛰어나고 영리한 강아지”라며 루비를 추천했고, 다니엘 경관 또한 루비의 가능성을 믿고 루비를 입양했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한 루비는 그렇게 경찰관의 파트너로서 훈련을 시작했다.

로드아일랜드주 경찰 공식 페이스북
MBC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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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콜리의 지능에 셰퍼드의 강철 체력까지 합친 루비는 다섯 번이나 파양된 유기견이었던 과거가 언제 있었던 일이냐는 듯 모든 훈련을 완벽하게 습득,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다.

다니엘 경관마저 “아주 똑똑한 강아지”라며 “다만 재능을 올바른 곳에 집중시키지 못했을 뿐”이라고 감탄했다.

루비는 정식 훈련을 받은 지 불과 1년 만에 경찰견으로 공식 임명된다. 이후 다니엘 경관과 짝을 이뤄 살해당한 피해자의 시신을 찾아내거나 실종자를 수색하는 등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며 견생역전을 이뤘다.

또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17년 어느 날이었다.

경찰에 실종 신고 한 건이 접수된다. 혼자 등산을 갔던 아들이 36시간째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곧바로 깊은 산 속을 샅샅이 수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6시간이 넘도록 성과는 없었고,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MBC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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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수색에 동참한 루비가 어딘가를 향해 짖더니 달려갔다. 그곳에는 실종자가 있었다.

실종자는 등산 중 발을 헛디뎌 바위에 머리를 부딪혀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루비가 찾아내지 못했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이후 아들을 구조했다는 소식을 들은 실종자의 어머니가 현장에 도착했다.

바로 그 순간,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한 루비가 갑자기 실종자의 어머니를 향해 꼬리를 흔들기 시작하더니 달려가 품에 안겼다.

그랬다. 실종자의 어머니는 바로 과거 루비를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던 패트리샤였다. 루비는 패트리샤를 알아보고 반가움을 표한 것. 패트리샤 또한 루비를 알아보았다.

MBC 방송 화면 캡처
MBC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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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샤는 “루비가 경찰견이 되지 않았다면 아들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고마워했다.

다니엘 경관은 “루비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패트리샤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것 같다”고 전했다.

자신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준 패트리샤에게 마치 은혜를 갚듯 아들을 구해준 루비.

이렇듯 다섯 번이나 파양되며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를 극복하고 1등 경찰 구조견이 돼 많은 사람을 구한 루비는 2018년에는 공로를 인정받아 영웅 강아지상을 수상했다.

루비의 실화가 넷플릭스 영화 ‘구조견 루비’로 제작되기도 했다.

다니엘 경관과 함께 11년 동안 수많은 생명을 구한 루비는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났다. 다니엘 경관은 “루비에게 건넨 사랑으로 루비는 기회를 얻었으며,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고 루비를 기렸다.

MBC 방송 화면 캡처
루비를 추모하는 경찰들 / 로드아일랜드주 경찰 공식 페이스북
로드아일랜드주 경찰 공식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