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 세력에 살해 협박 받으면서도 ‘일본 과거사’ 폭로한 무라카미 하루키

By 김 연진

일본 문학계의 거장으로 불리며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그가 생애 처음으로 밝힌 고백이 일본 우익 세력을 들쑤시고 있다.

“군도에 사람 목이 떨어져 나가는 장면은 어린 내 마음에 강렬한 낙인으로 찍혔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아버지가 일본 제국주의 시절 군인이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문예춘추’ 6월호에 기고한 ‘고양이를 버리다-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가 말하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통해서였다.

하루키는 아버지가 중일전쟁 당시 징병돼 중국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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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아버지는 자신이 소속된 부대가 중국군 포로를 처형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하루키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군도로 사람의 목이 잘려나가는 잔인한 광경은 말할 것도 없이 어린 나의 마음에 강렬하게 낙인찍혔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것이 불쾌하고 눈을 돌려버리고 싶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자신의 일부로 떠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만일 그렇지 않으면, 역사라는 것의 의미가 어디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하루키가 기고한 에세이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고양이를 버린 일을 기억하는 장면을 그린다.

고양이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상하게도 고양이가 집으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이를 통해 외면하려고 발버둥 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오히려 직시해야 하는 ‘그 어떤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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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일본의 과거사를 작품에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2017년 발표한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도 일본의 난징대학살을 언급하면서 “일본군이 병사와 시민 10만~40만명을 죽였다”고 표현했다.

이후 하루키는 일본 우익 세력에게 거센 공격을 받았다. 이번 에세이도 일본 우익 세력의 표적이 돼 숱한 협박과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하루키는 굴하지 않는다.

“바른 역사를 전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살아가는 방식이어야 한다. 자기 나라에 좋은 것만을 젊은 세대에 전하려는 세력에는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