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중 ‘산불 소식’ 듣고 병원 돌아가 환자 145명 목숨 구한 의료진들

By 김연진

강원도 고성군을 시작으로 인제, 속초 일대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대형 산불이 드디어 진화됐다.

산불로 인한 피해는 막심했다.

530ha라는 엄청난 면적의 산림이 모두 타버렸고,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안전과 목숨을 담보로 시민들을 지켜낸 ‘영웅’ 덕분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끝까지 주유소를 지켜낸 소방관들. 뜨거운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가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노력한 소방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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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혹여나 대피하지 못한 주민이 있을까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며 수색 작업을 도운 배달원들.

이들은 모두 산불 피해 주민들을 지켜낸 영웅이었다.

그중에서 또 하나의 영웅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지켜냈다는 감동적인 사연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바로 병원에서 환자들을 안전하게 이동시켜 인명 피해를 막았던 의료진들이다.

지난 7일 한겨레는 속초의료원에서 근무 중인 김진백(58) 원장과 의료진들의 사연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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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김 원장은 산불 발생 소식과 함께 직원들과 모여 환자를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김 원장은 모든 의료진들과 힘을 합치기 위해 퇴근 중이던 직원들을 긴급 호출했다. 이에 직원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의료원으로 돌아갔다.

이후 의료원에 모인 의료진들은 화재로 혼란스러워하는 환자들을 진정시키며 안전하게 밖으로 대피시켰다.

매체는 의료진들이 의료원 내 환자뿐만 아니라 병원의 빈소에 있던 손님들도 모두 인근으로 대피시켰다고 전했다.

결국 약 2시간 30분만에 환자 112명과 직원, 손님 등 모두 145명을 모두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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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병원에서 환자를 대피시키던 의료원 소속 전미숙 팀장은 산불로 인해 자택이 불탄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자신보다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전 팀장은 이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전 팀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뼈대만 남은 집을 보고 출근했다. 그 모습을 잊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일했다”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